8일은 여야 총재회담에서 경제청문회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날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청문회 준비상황은 극도로 부진, 과연 청문회가 제대
로 열릴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하다. 여야 모두 거창한 조사계획을 세
워놨지만 일정은 너무나 촉박하고 조사위원들은 제대로 공부도 안된
형편이다.
공동여당이 내건 16가지 조사대상과 한나라당이 결정한 11가지 조사
대상의 공통분모만 추려도 외환위기, 기아사태, 종금사 인허가, 노동
법-금융개혁법 처리, 재벌정책 등 다섯 가지다. 하나하나가 개별 청문
회를열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이슈들이다.
작년 한보청문회는 2월 19일 조사특위 구성 후 청문회를 마치기까지
70일이 소요됐다. 이번 청문회는 다섯 가지 이상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연말까지 20일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환란' 한 주제만 해도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 등
세 기관의 보고가 필요하며, 주연급 증인만 강경식 당시 부총리(이하
당시 직책), 김인호 경제수석, 이경식 한은총재 등 3명이다.
조연급과 실무급도 임창열 부총리, 고건 총리, 김영섭 경제수석,
윤증현 재경원 금융정책국장, 윤진식 청와대 금융비서관등 10명이 넘
는다. 보고기관과 주연급에 하루씩 배당하고,조연과 실무급 증언은 하
루에 2∼4명씩 듣는다 해도 최소 열흘의 조사기간이 필요하다. 다섯
가지 주제만 선정해도 조사기간은 50일 정도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여야가 증인선정 협상을 일주일내에 신속하게 마무리지어도 남
는 조사기간은 보름 정도다. 이런 촉박한 상황이지만 청문회 개최를
주관할 국정조사특위조차 여야 입장 차이로 구성이 지연되고 있는 것
이 현실이다.
국민회의의 한 조사위원은 "시험날짜도 시험범위도 안 정해져 있고,
경우에 따라 시험자체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수험생들이 공부를 할 수
있겠느냐"며 부실한 준비상태를 인정했다. 청문회가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려면 조사대상을 압축하거나, 연말까지의 일정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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