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낮 12시45분. 서울 종로3가 피카디리극장 앞은 뜻밖에 한산했
다. 일본영화 개방후 첫 상륙 작품인 '하나비'의 개봉일, 1회가 끝나
고 2회 시작하기 직전이지만 극장 문을 드나드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후지TV, NHK, 요미우리를 비롯한 일본 취재진과 국내 보도진이 요란하
게 취재경쟁을 벌일 뿐.

실질적인 개방 첫날, 일본영화 바람은 국내외 언론과 영화계 관심

만큼 드세지 않았다. '개방 1호'라는 프리미엄에, 감독 기타노 다케시

의 인지도, 높은 작품성과 현대극이라는 이점이 겹쳐, 상당한 관객을

불러모으리라던 예측은 빗나갔다.

관객들은 대부분 일본영화라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
다. "미국영화를 재미 때문에 선택하듯, 이 영화도 마찬가지"라는 함
상헌(29·회사원)씨 말이 일본영화에 대한 젊은 층 생각을 대변한다.
박영임(37)씨 역시 "일본영화라고 거부감을 갖진 않는다"며 "보고나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관객 분포에서 특이한 것은 40대 이상 관객이 절반을 넘었다는 점.
일본영화 매니아들이 주로 대학생층으로 알려져 있고, 극장가 관객 대
부분이 20대임을 감안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일본영화에 대
한 관심이 젊은 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부부 함께 첫 회를 보고 나온 이덕재(70)씨는 "일본말을 아니까
일본영화가 더 친근하다"고 말했다. "일본영화를 처음 상영한다고 해
서 친구와 함께 나왔다"는 김계숙(41)씨는 "전체적으로 조금 무겁지만
색채를 비롯한 영상감각이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발휘되는 부분에서 간간이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하나비'주상영관 피카디리극장 객석은 내내 차분하고 진지했다.

'하나비'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영화를 건 극장은 서울에
서만 15개. 일본영화 한국 상륙 분위기를 살피러 왔다는 일본 영화평
론가 몬마 다카시씨는 "도쿄에서도 한 극장만 '하나비'를 개봉했는데,
서울에선 무려 15개 극장이 상영한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종로 일대 극장가만 보아 '하나비' 관객은 개봉 4주째인 한국영화
'약속'보다 적었다. 수입사 한아미디어측은 이날 피카디리극장 2,229
명을 비롯해 서울 관객 1만1,000여명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성공적이
랄 순없지만, 실패라고도 할 수 없을 기록이다.

한아미디어 유진희 사장은 "대학생 기말시험이 겹쳐 젊은 관객이
뜸한 것 같다"며 "서울서만 이미 12차례 시사회에 5천여명이 들어, 개
봉 당일 몰려드는 열성 팬이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영
화팬들은 언론이나 영화계보다 훨씬 더 차분하고 성숙한 태도로 일본
영화개방을 맞고 있었다.

(* 이동진기자·djlee@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