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보험이 중병을 앓고 있다. 통합 지역보험료에 반발한
약 60만 세대가 집단민원을 내기에 이르렀고, 사회보험 20여년만에 징
수율이 종전 94% 수준에서 80% 이하로 떨어지게 됐다.

징수율이 10% 떨어지면 매월 약 2백억원의 결손이 생긴다. 더구나
2개월 이상 체납해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불만 세
대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하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 않게 됐다.

정부는 이 민원 대란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문
제의 핵심이 각자의 실제 소득과는 무관한, 연령과 성별 등에 따른 추
계 소득을 사용하는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처방보다는 땜질에
급급한 인상이다.

이 사태는 향후 의보통합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자영주민끼리 통
합하는데도 이런 소동을 겪었는데, 임금 근로자와 자영주민간의 통합
을 단행하는데 필요한 소득 단일척도의 보험료 부과방식을 개발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소득파악률이 임금근로자는 1백%인데 비해 도시자영자는 22% 수준
이며, 농어촌 주민은 50%에 불과하다. 통합시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
를 내면 봉급생활자가 손해볼 것은 뻔한 일이다. 자영자의 소득이 봉
급생활자보다 훨씬 높지만 봉급생활자가 자영자보다 세금을 4배 많이
내고있다. 따라서 자영자의 소득 파악도를 향상하는 것이 더 급하다.

정부가 근로자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통합하겠다는 말을
액면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만약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면 아예 통
합할 필요조차 없다.

또 한가지 통합 지역보험의 폐해는 국민의료보험공단이 1백61개 지
사에게서 의사결정권을 뺏아간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지방화시대에 의
보를 중앙집중화한 결과, 모든 지사가 공단만 쳐다볼 수밖에 없게 됐
다. 의보비가 뛰는것은 전 세계적 현상인데, 보험료를 인상할 때마다
공단이나 청와대 민원실에 민원이 밀려들면 보험료 인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내년엔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3천억원 정도 적자를 볼 것으로 예
산된다.

이에 따라 보험진료비를 제때에 지급하지 못할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지금은 지역보험 통합의 후유증과 공단의 적자부터 걱정할 시기
다.직장보험까지의 통합은 공연한 평지풍파란 생각이 든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지 말고, 소득단일 보험료
부과방식부터 개발해 시범 운영해 본 뒤 부작용이 없을 때 통합하길바란다. ( 문옥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