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철(13)이 카드엔 미니버스에 함께 탄 산타와 루돌프사슴이 그려져
있다.

대의(16)가 만든 카드엔 한복을 입고 널뛰기하는 누나들 옆에서 강
아지가 혀를 내밀고 있다. 진오(14)는 두손을 치켜들고 윷을 던지는 꼬
마들을, 성현(18)이는 아기예수의 탄생을 지켜보는 동방박사들을 그렸
다.그리고 동양화 풍으로 그린 마을의 풍경, 눈사람과 크리스마스트리….

장애를 가진 고아들 1백여명이 생활하는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은평

천사원. 대부분 뇌성마비 장애아인 원생들이 자신들의 그림을 크리스마

스카드와 연하장으로 묶어냈다. 모두 30만장. 지난 88년 10만장을 찍은

이래 올해로 11번째다.

11년전보다 카드 속의 그림은 훨씬 매끄러워졌지만 작업이 힘겹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그리는 데만 꼬박 두달이 걸렸어요." 대의
의 말에 상철이는 뇌성마비로 굽은 손을 펴며 "나는 석달이 걸렸다"고
대꾸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그림을 그렸고, 6월엔 선정작
업,8월엔 인쇄, 9월에야 카드가 만들어져 나왔다. 꼬박 반년이 걸린 셈
이다. 성현이는 "봄, 여름에 눈오는 겨울 그림을 계속 그리면서 친구들
과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미술을 지도하는 전영진(38)씨는
"그렇게 힘들게 그린 그림들이 티없이 맑고 순박하게만 느껴진다"고 했
다.전씨도 뇌성마비장애인이다.

아이들은 '천사같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오자 자기 작품 자랑에 여
념이 없다. 상철이는 자신이 그린 산타와 루돌프를 보여주며 "어때요,
이쁘지요?"를 연발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수십만장의 카드를 포장해주고
발송하는 작업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힘겹게 만들었어도 예년보다 10만
장이 적은 30만장밖에 찍지 않았는데도 각계의 주문이 적다고 했다. 천
사원의 박영진(65)국장은 "이번 수익금으로 지난 5월 완공한 재활원의
부족한 공사비를 메우고 아이들이 겨울을 날 물품들도 사야 하는데 걱
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