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이 모래판 가장자리에서 이태현을 번쩍 들고 밭다리로 넘어
뜨리는 순간 승부는 갈라졌다. 김영현의 3대1 승리. 하지만 이태현은
꽃가루를 맞으며 포효하는 김영현을 등진 채 잔뜩 불만스러운 얼굴로
앉아있었다. 이태현은 자신의 두발이 모두 모래판 바깥으로 나갔기때
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관중석 일부서도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합의판정은 결국 김영현의 손을 들었다.

'골리앗' 김영현이 민속씨름 입문 3년 만에 모래판을 천하통일 했

다. 올 7관왕인 김영현(LG)은 29일 영천체육관에서 열린 천하장사 결

정전에서 이태현(현대)을 꺾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이로써 김영현

은 2m17, 160㎏이란 엄청난 거구를 이용한 '골리앗 씨름' 독주체제를

굳혔다.

올시즌을 결산하는 천하장사 4강엔 예상대로 김영현과 이태현, 신
봉민(현대), 김경수(LG)가 올랐다. 김영현은 김경수를 2대1로, 이태
현은 신봉민을 2대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김영현과 이태현의 역대전적은 14전 7승7패. 서로를 너무나 잘 알
았다. 첫판부터 신중한 탐색전. 아무도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가운데
제한시간 2분이 흘렀다. 3천여 관중은 숨을 죽인 채 두 거구의 일거
수일투족을 지켜봤다.

김영현이 먼저 움직였다. 둘째판 시작과 함께 김영현은 이태현이
왼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순간 전광석화 같은 밀어치기를 성공시
켰다. 셋째판.김 영현이 다시 밀어치기를 시도하자 이태현은 뒤로 물
러서면서 오른쪽 안다리로 한판을 만회했다. 1대1.

넷째판 들어서자 이태현은 계속 모래판을 돌면서 김영현의 중심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전열을 가다듬은 김영현은 슬쩍
밭다리 시늉을 하고는 그대로 밀어치기를 성공시켰다. '황태자' 이태
현은 엄청난 훈련으로 4년 만의 재등극을 노렸으나 막판 눈물을 흘리
고 말았다.

2품은 신봉민(현대), 3품 김경수(LG), 4품 황규연(현대), 5품 정
민혁(상비군), 6품 윤경호(현대), 7품 염원준(상비군)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