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태연했다. 26일 참여연대는 복지부
의 약값 인하조치가 미흡함을 지적하고 단가 17원에 국립의료원에 납품
된 Y제약 '라니타딘'의 보험약가가 15배이상 부풀려진 2백75원이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약품 도매상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덤핑 계
약한 특수사례"라고 '떳떳하게' 해명했다. 일부 사례를 시민단체가 전
체인양 과장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복지부 국감자료에서
보험약가가 2배이상 부풀려졌는데도 이번 인하조치에서 빠진 의약품이
1백29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말대로라면 1백29개 의약품 모두가 '일부 덤핑사례'였다.
장면 둘. 의사-약사들은 당당했다. 시중 약값이 크게 부풀려졌다는
기사가 보도된뒤 이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50대의 여자 약사는 "술
집에서는 열배 장사도 하는데 약국에서 이윤을 2∼3배 남기는게 잘못이
냐"고 물었다. 30년 경력의 한 약사는 "공무원들과 제약회사에 책임을
물어야지 왜 애꿎은 우리를 괴롭히느냐"고 했다. 한 의사는 "우리를 도
둑놈 취급할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하지만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는
"병원에서 약을 구입할때 기부금, 장학금, 학회참가 보조금 등 제약회
사와 다양한 비밀거래들이 오고 간다"고 고백했다.
장면 셋. 제약회사들은 실권을 잡고 있었다. 보험 약가를 결정하는
'의보약가 심사위'는 제약협회 내에 있다. 16명의 심사위원중 소비자
대표는 단 1명. 복지부 직원은 아예 제약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98년 제약회사들이 신청한 2천6백83개 약품 가격중 복지
부가 재심을 요청한 품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한 제약회사 간부는 "원
료의 약품은 거의 생산못하고 특허기간이 지난 외국 약을 복사제조해
팔고있는 게 제약업계의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덤핑 의약품이 1백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도 이를 '일부'라고
강변하는 담당 공무원, 수십년간 리베이트에 길들여진 의사와 약사, 외
국약 베껴먹기로 버티고 있는 제약회사. 대한민국 국민들은 값만 비싸
고 독한 약에 건강을 저당잡히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