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오피스 빌딩과 쇼핑가로 탈바꿈했지만 명동은 한때 문화의
거리였다. 73년 장충동으로 옮겨가기전 국립극장이 있었고,69년 문을 연
카페 떼아뜨르가 보금자리로 삼은 곳도 이곳이었다. 음악다방 '돌체'와
음악감상실 '르네상스'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클래식 음악에 빠져 한껏
멋부리면서 가뭄에 콩나물나듯 드물게 있던 연극 구경으로 '지식인'임을
확인하던 시절이었다.
75년 극단 에저또가 문을 연 창고극장도 명동의 명소였다. 삼일로 창
고극장, 떼아뜨르 추 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명맥을 이어간 창고극장은
80년대초 추송웅 모노 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다 90년 대학로에 밀려 문을 닫았고 엘칸토 예술극장도 뒤를 따
랐다. 문화의 거리 명동이 문화 불모지로 전락한 셈이다.
그 창고극장이 8년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극단 창작마을 대표 김대
현씨가 '명동창고극장'이란 간판을 내걸고 10월27일∼11월29일 '명동의
노래를 들어라'(우봉규 작·연출)를 공연중이다. 서울연극제 기간 중 인
기를 모은 '아카시아 흰꽃을 바람에 날리고'(이근삼 작·권오일 연출)나
대학로에서 연장 공연에 들어간 '매직 타임'(장진 작·연출)처럼 배우들
이 주인공이다.
20여년간 무대밥을 먹은 40대 연극배우의 삶을 그린다.
관객 동원이 수월하지 않은 등 시작은 불안하지만 계획은 거창하다.
우선 내년 4∼5월 MBC 일일극 '보고 또 보고' 작가 임성한씨 작품 '솔로
몬도둑'을 올리고 7월엔 김대현 작 뮤지컬 '명동 명동 명동'이 계획돼
있다. 마지막일지 모를 명동에서의 '문화실험'이라 가슴이 조마조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