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4집 '헤어진 다음날'을 들고 나타났을 때 이현우(30)는
얼굴 빛이 굳어 있었다. 91년 데뷔 히트곡 '꿈' 이후 무려 6년여 공백이
주는 부담이 그만큼 컸다. 가요계 사람들도 그의 재기 가능성을 반신반
의했다.

하지만 이현우는 기우를 떨치고 화려하게 컴백했다. 음반은 50만개
넘게 팔렸다. 방송 음악프로그램 MC로도 발판을 굳혔다. MBC TV '수요
예술무대'는 전신인 '일요 예술무대'부터 시작해 13개월, SBS FM '뮤직
토피아'는 8개월째 진행하고 있다.

그로부터 꼭 1년. 5집 새 앨범 '이야기의 양면'을 발표한 이현우는

표정이 무척 밝다. "참 편안한 기분입니다. 긴장했던 지난 음반과 달리,

이번엔 자신을 갖고 만들었거든요.".

이현우 음악에는 끈적한 흑인음악 느낌이 짙다. 수록곡 대부분을 직
접 작사-작곡한 6집에선 그 블랙 톤이 더욱 진해졌다. 심장 박동처럼 울
렁이는 힙합 리듬은 한결 힘 있고 강렬하다. 거기에 록 발라드, 리듬앤
블루스, 재즈를 다채롭게 섞어 변주했다.

"외국에선 힙합에 여러 장르를 섞고 샘플링한 크로스오버가 유행입니
다. 그런 음악 스타일에 우리 가요 정서를 녹여넣고 싶었습니다." 그는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보다, '듣는 음악'을 만들어 보려 했다"
고 말했다.

타이틀곡 '너를 그리며'는 감미로운 힙합 발라드다.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받치는 바이올린 선율이 묵직한 블랙 비트와 대조돼 애틋하다. '헤
어진 다음날'에서 비발디 '사계-겨울'을 따서 썼던 것처럼, 이번엔 팝송
'오브리(Aubrey)' 테마 4마디를 샘플링했다.

'굿 나잇'은 기타와 오르간을 주선율로 내세운 팝발라드다. 고음을
흐느끼듯 가성 처리한 창법이 애잔한 맛을 더 한다. '친구일 뿐이야'처
럼 남성적 브라스 사운드를 강조한 애시드(Acid)재즈, '왜'처럼 어둡고
냉소적인 록넘버도 있다. '1995 블루스'는 우울한 블루스로 채색했다.

이번에도 흑인음악 편곡자로 첫 손가락 꼽히는 김홍순, 믹싱엔지니어
김국현 콤비와 손을 잡았다. 잘 만든 팝음반을 듣는 듯, 사운드와 구성
이 짜임새 있고 고급스럽다. '꿈' 시절 인연 맺은 김홍순은 6곡을 공동
작곡했다.

그는 12월 19∼20일 서울 삼성동 패션센터에서 5집 출반 기념 콘서트
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