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감독 해중문의 데뷔작 '친니친니'(21일 개봉)는 예쁘장하다.거창
한 주제를 논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깊이를 지닌 것도 아니지만, 귀엽
고 맛깔진 사랑이야기가 옹기종기 들어앉아있다.
떠돌이 플레이보이 목연(곽부성)은 우연히 만난 피아노 조율사 가후
(금성무)의 집에 눌러앉는다. 가후는 위층에 이사온 목만이(진혜림)를
사랑하지만, 목만이는 목연에게 반한다. 가후는 가슴아픈 짝사랑을 해피
엔딩으로 바꿔 소설을 쓴다.
'친니친니'에는 새로운 요소가 별로 없다. 수족관 너머 인물을 잡는
것은 바즈 루어만 '로미오와 줄리엣'을, 애견 찾는 포스터를 붙이는 여
자 삽화가 '퐁네프의 연인들'을 연상시키듯, 많이 본듯한 풍경이 펼쳐진
다. 전체적으론 진가신 '첨밀밀'이나 일본 이와이 슐지 영향도 엿보인다.
하지만 '천녀유혼' '첨밀밀'에서 미술을 맡았던 해중문은 익숙한 그
림들을 깔끔하게 이어붙여 사랑스런 동화를 만들어냈다. '친니친니'는
이야기 자체론 별 차이없는 사랑영화에서 포장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말해준다. 주연배우들 매력도 살아있다.
두드러지는 것은 촬영 스타일과 음악이다. 카메라는 다양한 크레인
샷으로 주변을 스케치하다 인물 내면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접속' 삽입곡 'A Lover's Concerto'로 친숙해진 바흐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소곡'을 다양하게 편곡해 전편에 흘린다. 등장인물 이름을 딴 4개
'악장'으로 나눈 것도 음악처럼 리드미컬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낸다.
하지만 그 4개 '악장' 제목엔 정작 주인공 가후 이름이 없다. 그렇듯
영화속엔 엇나간 사랑,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사랑으로 가득 차있다. 하
지만 '친니친니'는 가 닿을 수 없는 사랑에 비통해하지 않는다. 빈 가슴
을 메아리로만 맴돌다 긴 여운을 남기고 사라져가는 짝사랑까지 포함해
모든 사랑을 긍정하면서, '그런 게 인생'이라고 결론 짓는다. 동화적 분
위기와 사뭇 달리 뜻밖에 어른스런 결말이다. '친니'란 '키스'를 뜻한다.
(* 이동진기자·djlee@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