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필리핀에서 모임을 마치고 돌아올때의 일이다. 마닐라 공항
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짐검사를 당했다. 작은 여행가방인데도 오랫동안
꼼꼼히 뒤지더니 빈 가방을 엑스레이 기계로 촬영했다. 한국인 중에도
젊은 사람이나 여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않고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만
심하게 조사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의도적으로 귀찮게 한다고
생각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알아보니 역시였다. 한국이 필리핀 노
동자들을 나쁘게 대했기 때문에 기업인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보복
심으로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였다.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를 얼마동안 운영하면서 한국에서 그들이 겪은
억울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쇠파이프로 피멍이 들도록 필리핀 여성
노동자를 때린 기업주를 경찰서에 고발한 적도 있었다. 필리핀 노동자
는 직장에서 직원들이 이름보다 '개새끼'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일을 시키고도 봉급을 제대로 주지않는 기업주들도
상당수였다.
한국이 IMF를 맞으면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봉급도 제대로 못받
고 떠나고 있다. 기업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해 떠나지 못하
는 노동자들도 많다. "한국에 돈벌러 오기위해 많은 빚을 지고 왔는데
어떻게 빈 손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뺨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페
루출신 노동자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신부·부천 삼정동 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