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프랑켄하이머는 분위기있는 액션 스릴러로 60년대를 풍미했
지만, 이후 수작과 범작을 오가며 기복이 컸다. 최근작 '닥터 모로
의 DNA'에서 죽을 쑨 그가 '로닌'(Ronin·14일 개봉)을 내놓았다.
로닌(낭인)은 명예를 잃고서 용병으로 떠도는 사무라이. 칠순을
코앞에 둔 프랑켄하이머는 탈냉전 시대에 60년대 분위기를 되살린
첩보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애국심 대신 돈으로 움
직이면서도 명예를 중시하는 특수부대 전직 요원들에 착안했다.
각국 프로 킬러와 범죄 전문가들이 프랑스에 모인다. 러시아인
이 사들이려는 정체불명 가방을 가로채고 돈을 받기로 했다. 가방
을 둘러싸고 난전과 배신이 거듭된다.
영화에는 고전적 코드들이 많다. 특수효과 없이 스턴트로 밀어
붙이는 액션과 자동차 추격신이 옛 액션 팬들 향수를 자극한다. 프
랑켄하이머는 음울하고 수수께끼같은 분위기를 의도했지만, 상투적
이고 늘어지는 스토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는
이제 스테레오타입이 되지 않았나 의심스러울 정도. 장 르노는 '고
질라'에서처럼 유일하게 인간적 맛을 더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니
스 골목길을 질주하는 카 체이스에서 프랑켄하이머는 레이서 영화
'그랑프리'(66년)때 솜씨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