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일' 소문에 결혼식 러시… 과거 정권선 대선까지 택일
지난 11월 8일 일요일, 서울 시내 2백50여 곳 예식장 부근은 대부분
오후 늦게까지 지독한 교통 체증에 시달렸다. 최근의 경제난으로 일주
일에 결혼식 2∼3건 올리기도 힘들다는 군소 예식장들도 예외가 아니
었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도 신혼부부들로 이날 오후 내내 아수라장
을 이루었고, 제주도의 특급 호텔들도 모처럼 90% 이상의 객실 예약률
을 기록했다.
이렇게 전국이 결혼식 몸살을 앓은 것은 이날이 이른바 목국삼합의
길일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더욱이 바로 다음 일요일인 11월15일은
8일보다 몇 배 더 좋은 50년만의 길일이라는 소문이 이미 지난 봄부터
나있어, 더 심한 결혼식 북새통이 전국에 되풀이될 전망이다.
통상 낮 12시에서 오후 2시 정도까지 결혼식을 열던 서울 휘경동의
N 예식장은 그간 경제난으로 4개 예식실이 거의 비어 있다시피 했으나,
11월 15일 결혼식 예약은 이미 석달 전에 모두 끝났다. 대한항공과 아
시아나항공의 11월 8일과 15일 오후 서울발 제주행은 두달 전 모든 좌
석이 예약됐다. 아시아나항공은 IMF사태 이후 거의 없던 제주행 특별
기를 '모처럼' 띄우고, 올 들어 늘상 자리가 텅텅 비어 이륙하던 방콕
행 대한항공도 8일과 15일에는 신혼부부들로 예약률 1백%를 기록했다.
'길일에 결혼하면 만사형통한다'는 이런 풍속도는 이번 뿐 아니라,
길일이라는 소문만 퍼지면 늘 반복되는 풍경이다. 그러나 막상 길일을
택일해주는 역술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길일 열풍'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역술인들은 길일의 유래에대해 "하-주 왕조 등 고대 중국에서 농사
나 각종 길흉사, 전쟁에 이용한 택일법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과
학적인 기상관측이 불가능했던 당시에는 음양오행을 기초로 천기의 변
화를 예측해 각종 행사에 적절한 날을 잡았는데, 이것이 역리학과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와 오랜 세월 동안 변형을 거듭하고 우리 고유의 풍습
이 더해지면서 오늘날의 각종 길일 풍조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1월 8일과 15일은 정말 길일인가. 역술인 홍몽선씨와 백
운산씨 등은 "그렇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우선 입동인 8일(무인년 계
해월기미일)과 15일(무인년 계해월 병인일)은 날씨가 추워지는 시기인
반면,일진은 모두 불(화) 기운을 품고 있어 조후(조화를 이룬 기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8일은 해미삼합과 인해육합이 겹쳐 화합을 이루고, 15일은
인해육합은 물론 계와 해의 물 기운과 병의 불기운이 고루 갖추어진데
다 무의 토와 인의 목이 상생(기운을 서로 살려줌)하고 있다는 설명이
다.
반면 두 날이 소문과는 달리 썩 좋은 날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역술연구가인 성철재 충남대교수(언어학)는 "11월 15일은 썩 좋
은 날은 아니다. 무인 계해 병인에 들어있는 인과 해가 모두 역마살을
나타내므로 이날 결혼한 부부는 서로 도망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
다.
이렇듯 특정일이 정말 길일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르지만, 설사
길일이라 해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는 대부
분 역술인들이 의견을 같이한다. 각 개인의 사주팔자와 그날의 일진의
관계에 따라 길일은 커녕 흉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역술인들은 결혼 장례 개업 이사 여행 등 택일 목적에 따라
수백 가지에 이르는 택일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많은 역술인들은 이들
중에는 근거없는 것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택일법은 대부분 음양오행설에 민간풍속 등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역술인들도 출전이나 근거를 제대로 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 한다. 역술인 김성태씨는 "중국 서적에서 택일법을 잘못 번역하거
나 이것저것 엉성하게 짜맞춘 것도 많다"며 "따라서 이 방법으로 뽑은
길일이 다른 방법으로 뽑으면 흉일이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
다.
일례로 한 유명 역술인의 역술 서적 중 '백기일' 항목에는 "해일에
는 결혼하지 말라"고 써 있는데, 같은 책의 '결혼식날 잡는 법'에서는
"원숭이·닭·개띠 남자는 해일에 결혼하면 좋다"고 나와 있다. 다른
역술인들도 대부분 "음양오행의 역리학적 이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택일한 것은 엉터리"라는 입장이다.
이런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 11월 15일 경우처럼 '몇십 년 만
의 길일' 운운 하는 것은 근거없는 난센스라는 것이 많은 역술인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오는 11월 15일이 '50년만의 길일'이라고들 하지만,
불과 4년 전인 94년에 그해 10월 23일이 '60년만의 길일'이라는 소문
이 파다하게 퍼져 결혼과 이사로 북새통을 이룬 적이 있었다. 결국 94
년 10월 23일이 정말로 60년만의 길일이었다면 올해 11월 15일은 '4년
만의 길일'인 셈이고, 올해가 정말 50년만의 길일이라면 94년은 헛소
문이었던 셈이다. 역술인 변만리씨는"이런 소문은 대부분 일부 사이비
역술인들이 장삿속으로 퍼뜨린 이야기"라고 말했다.
근래에는 길일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70년대 이후 산업화 진전과
농업 인구 감소로 주중 근무·일요일 휴무 제도가 정착되면서, 아무리
일진이 좋더라도 주말을 끼고 있지 않으면 길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보
편화했기 때문이다.역술인 홍몽선씨는 "요즘은 일진을 보기에 앞서 봄
가을의 일요일 중에서 날을 잡아 달라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
고,김성태씨도 "만약 11월 8일과 15일이 일요일이 아니라 주중의 평일
이었다면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와 함께 길일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높
아지고 있다. 변만리씨는 "굳이 사주팔자나 일진을 볼것 없이 날이 맑
고 기온이 적당해 하객들이 오기 편한 날을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김
성태씨는 "사람들이 길일에 집착하는 까닭은 앞날에 자신감이 없기 때
문"이라며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면 굳이 길일에 기대어 인생의
성공을 바랄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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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과 '손 없는 날'
길흉 모두 따지면 아무 것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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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길흉사에서 유난히 윤달과 '손 없는 날'을 중시
한다. 윤달에는 지옥문이 열려 귀신들이 생일 잔치를 하기 때문에 결혼
은 피하고 묘를 옮기거나 수의를 마련하면 좋다는 것이 우리 풍습이다.
올해는 6월말부터 7월말까지 윤달이 끼어 그렇지 않아도 IMF사태로
얼어붙은 예식업계에 한 번 더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95년 9월에는
"20년만에 오는 윤8월을 피해야 한다"며 산모들이 너도나도 출산 예정
일을 앞당겨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윤달 풍습은 역리학이나 주역에 근거가 없는 민간 풍속
일 뿐이라는 것이 많은 역술인들의 설명이다. 성철재 충남대교수는 윤
달에 결혼 등 길사를 피하는 풍습에 대해 "윤달은 4년마다 한번씩 오니
까 기념일을 제대로 챙기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또 "윤달에 이장하거나 수의를 마련하는 것은 좋지않은 일을 한 시기에
몰아 처리하자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손 없는 날'은 특히 이사할 때 따진다. '손'은 동서남북을 돌아다
니며 사람의 행동을 방해한다는 귀신인데, 음력으로 9와 0으로 끝나는
날은 손이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이사 등에 좋다는 것이다. 이사업체의
모임인 전국운송주선사업연합회 유철상 총무과장은 "손없는 날과 주말
이 겹치면 2∼3주전에는 예약해야 한다"며 "손님들에게 '평일에 이사하
면 여유있고 서비스도 더 좋다'고 설명해도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역술인들은 손 없는 날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젓는
다. 손 없는 날의 일진이 이사가는 집 식구들 중 누군가와는 좋지 않게
걸리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한국음양연구회 변만리 회장은 "온갖 길흉
일을 모두 따지면 1년 내내 이사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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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일 찾는 사람들
재벌·정치인들이 역술인 '단골'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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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일을 따지는 데는 기업인과 정치인도 빠지지 않는다. 재벌 기업들
은 대개 사옥 이전이나 공장 기공식 등을 앞두고는 유명 역술인에게 좋
은날을 받으며, 창립 기념일과 회장 사주로 회사의 운세를 점치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기업체 이사 대행을 맡고 있는 이사업체 고려골든박
스 박길철 특수사업실장은 "일반 기업보다 정부투자기관들이 손없는 날
등 길일을 더 따진다"고 말했다.
지난 14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2년 12월 18일도 당시 여당인 신한
국당이 한 유명 역술인에게서 받아간 날이라는 소문도 있다. 당시 여당
대선캠프 고위 관계자 2명이 한 역술인을 찾아와 김영삼 후보와 손명순
여사의 사주를 꺼내놓고 "후보 내외의 사주와 잘 맞는 날을 이틀만 택
일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이다.굳이 이틀을 잡아달라고 한 이유는 "두
날중 당일 날씨 등을 고려해 여당에 유리한 투표율이 예상되는 날을 최
종 선택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해졌다. 김영삼 후보측은 대통령 당선
후 답례로 이 역술인집에 작은 화단을 꾸며 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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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일 찾는 법
수백 가지 알려져… "대부분 근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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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들은 사람마다 타고난 사주에 따라 길일이 다르다고 말한
다. 그렇다면 역술인들이 이야기하는 길일은 어느 날일까.
비교적 무난하고 기초적인 택일법으로는, 자신이 태어난 날의 일주
를 이용해 길일과 흉일을 찾는 방법이 있다. 자신의 일주 중 12지에 해
당하는 글자를 삼합과 상충, 원진에 맞추어 보면 된다.자기일주의 12지
가 속한 삼합 중 나머지 두 가지가 일진에 드는 날은 길일이고, 원진이
나 상충에 속하는 12지가 드는 날은 흉일이다. 단, 자기 일주의 12지가
직접 드는 날은 길일이 아니다.
가족 3대의 화합을 의미한다는 삼합은 12지를 셋씩 묶어 인-오-술,
신-자-진, 사-유-축, 해-묘-미로 나뉜다. 서로 꺼리는 사이라는 원진은
자·미, 축·오, 인·유, 묘·신, 진·해, 사·술이고, 기운이 부딪쳐
분산된다는 상충은 자·오, 묘·유, 인·신, 사·해, 진·술, 축·미이
다.
예를 들어, 1970년 5월 27일 오후 6시에 태어난 A씨의 사주는 '경술
년 신사월 정미일 기유시'이다. 따라서 이 사람의 일지는 미이고, 해·
묘·미 삼합, 자·미 원진, 자·오 상충에 속한다. 따라서 해·묘가 일
진에 드는 날은 길일이고 자나 축이 드는 날은 흉일이 된다. 올해 11월
의경우, 12(계해)일 16일(정묘)일 등은 길일, 13일(갑자) 14일(을축)등
은 흉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흔히 쓰기는 하나 정확도가 높지 않은 심심풀이
정도이고, 좀 더 정확한 길흉일은 사주팔자 전체에서 핵심이 되는 글자
인 용신을 찾은 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A씨의 용신은 금이
되므로 이것을 기준으로 길일을 잡으면 해·신·유가 든 날이 길일이된
다.
이와 함께, 생기복덕법을 쓰기도 한다. 이는 나이에 따라 길흉일이
결정된다는 것으로, 역술인들이 택일할 때 비교적 흔히 사용하나 뚜렷
한 근거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서로 모순되는 결과를 낳는 일이 흔하다. 실
제 A씨의 경우, 생기복덕법에 따른 올해 길일은 자·미·신·술·해일,
흉일은 진·사·오일이다. 첫번째 방법에서는 자일이 흉일이고, 용신을
이용하는 두 번째 방법의 길일 중 유일은 빠져 있다.
잡지나 스포츠신문 등에 실리는 '오늘의 운세'나 '이달의 운세'는
태어난 해의 연지와 그날의 일지만 가지고 적당히 운세를 보아 두루뭉
실하게 쓰는 것으로, 심심풀이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한다. 한 일간지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는 역술인은 "읽는 사람이 자기에게 닥친 상황에
따라 적당히 해석할 수 있게 쓴다"고 말했다.
역술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매일매일의 길흉을 정확히 알고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 역술인들의 지적이다. 역술
인 유충엽씨는 "길흉일은 보통 자신의 생체 리듬과 비슷하게 움직인다"
며 "아침에 일어나서 컨디션이 좋고 상쾌한 날은 대체로 길일이니 중요
한 일을 처리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흉일이니 매사에 조심하라"
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상식 선에서 우리 생활을 길흉일에 맞출 수 있
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