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가 다시 꼬이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10월31일 "유엔 무기
사찰단과의 모든 협력관계를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유엔 안보리가 즉각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유엔 안보리는 이라
크정부의 결정은 유엔 결의안 및 지난 2월 이라크측과 코피 아난 유엔 사
무총장이 체결한 양해각서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난하고, "그같
은 결정을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아시아 순방을 위해 태평양상의 미국령 웨이크 섬에 잠시 기착한 윌리
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이라크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 등 아시아국가
방문계획을 취소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언 장관은
홍콩을 거쳐 2일 한국을 방문한 뒤 일본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미 국가안
보회의 데이비드 리비 대변인은 "백악관 안보 보좌관들이 현 상황의 검토
에 들어갔다"면서 "이번 사태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이날 사담 후세인 대통령 주재하에 9인 혁명평의회와 집권 바
트당 지도부 연석회의를 열고, 이라크내 대량살상무기 해체를 위해 사찰
활동중인 유엔특별위원회(UNSCOM)와의 모든 협력관계를 중단키로 결정했
다. 이 결정으로 이라크내 '모든 시설'에 대한 사찰단원들의 출입이 금지
됐다. 이라크는 지난 8월5일 UNSCOM과의 부분적인 협력 중단을 선언하면
서, 새 장소에 대한 사찰은 금지하고 이미 사찰받은 장소에 대한 감시만
허용했었다.

이라크는 유엔 안보리가 "부당한"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쪽으로 대
이라크 정책을 수정할 때까지, 또 리처드 버틀러 UNSCOM 단장을 경질하고
"보다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을 위해 UNSCOM 조직을 개편할 때까지
협력 중단 조치를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그동안 무기사찰단이
너무 친미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경제제재는 이라크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를 완전 해체했다고 UNSCOM이 확인할 때에야 비로소 해제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미국 등의 군사행동 위협으로 발전할 지는 아직 분명치 않
다.

올해초 이라크 정부가 유엔 무기사찰단의 대통령궁 사찰을 거부하자
미국은 대규모 병력을 걸프지역에 파견해 군사대결 일보직전까지 갔으며,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로 위기를 벗어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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