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국정감사장의 공무원들은 상관, 의원 눈치보랴, 김종필 총
리 눈치보랴 정신이 없었다. 김 총리는 '과장 이하는 국감장에서 철수하
라'고 하는데, 장관은 답변서 써오라고 하고, 의원들 호통은 언제 떨어
질지 모르는 하루였다. 게다가 국감장엔 공무원 철수지시 이행상태를 조
사하려는 총리실 직원들까지 등장했다.

김 총리는 '과장 이하급은 철수해 본연의 일을 하라'는 자신의 지시

(29일)가 현장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자, 30일 상당히

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는 이날 재차 철수 지시를 내리면서"장

관은 직접 공부해서 답변하고, 그럴 자신이 없으면 자리를 내놓으라"는

'무서운' 얘기를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장조사 결과를 나중에 평가하겠

다"고까지 언명했다.

피감 기관들은 총리 지시를 이행하려 애를 썼지만,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그래서 이날 국감장 주변의
공무원들은 들어간 것도 아니고 나간 것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은행감독원은 이헌재 위원장 뒤 배석좌석을 줄이고,
자체 비표까지 만드는 등 몸을 사렸다. 이 때문에 국감장에 들어가야 할
실무자들은 비표를 바꿔달기 위해 국감장 입구에서 서성거렸다. 이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은행장이나 부동산신탁회사 사장들이 10∼20명씩 임직
원을 대동하고 나타나자 "우리가 오해받겠다"고 걱정했다.

한국전력은 부장, 과장급 실무진들은 감사장 밖이나 자기 부서에서
자료를 챙기고 있다가 간부들의 호출이 있을 때 감사장이 설치된 7층으
로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방송위원회는 "총리지시를 들었다"며 김창열 방송위원장과 실-국장급
8명 등 9명만 국감장에 입장했다. 과거 부-차장과 일반 직원들까지 국감
장에 들어갔던 것에 비해 숫자가 대폭 줄었다. 그러나 못들어간 실무 직
원들은 국감장 밖에서 답변을 준비, 실질적인 차이는 없었다.

부산지검에서도 부장검사 이상만 국감장에 참석, 인원이 약간 줄어들
기는했다. 그러나 참석인원은 여전히 70여명에 달했고, 일부 수석검사와
평검사들도 자료준비실에서 명령을 기다렸다.

경기도는 총리지시가 전해지기엔 '거리'가 먼 듯 했다. 국감장에는
과장들과 실무 계장들도 들락거렸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종진 광주군수
뒤에도 광주군의 실무 공무원들이 자리잡고 관련 자료를 건네줬다.도 업
무보고때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도 지사가 아닌 기획관리실장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