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라고 법문하던
우리 시대 최고의 고승. 퇴옹 성철 스님 열반 5주기(11월 8일)를 앞두고
그의 일대기를 다룬 정찬주씨의 장편 전기소설 '산은 산, 물은 물'(민음
사)이 2권으로 출간됐다.

작가 정찬주씨는 동국대를 나와 장편 '소설 유마경' '그곳에 부처가
있다'와 산문집 '암자로 가는 길' 등 불교문학에 몰두해온 작가다.

'소설'이라고 했지만 작품의 상당 부분은 다큐멘터리나 다름없다. 성
철에 관해 말하는 수많은 스님들과 주변인물들은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
다. 성철 스님의 상좌이며 백련암 주지인 원택 스님, 속가 딸인 불필스
님 등 성철 주변 무수한 인물들을 발로 뛰며 만난 기록이기도 하다. 필
요하면 소설적 문체를 떠나 신문-잡지 인터뷰처럼 증언자의 육성을 그대
로 기록한다.

소설은 성철을 대학시절부터 흠모했던 '정검사' 등 3인이 성철이 열
반한 후 각자의 방식으로 스님의 흔적과 가르침을 찾아나가는 구조다.20
세에 결혼해 두 딸을 낳을 때까지도 '노자'에서 칸트 '순수이성비판'까
지 수 많은 독서목록 속에 불교서적은 한 권도 들어있지 않았던 속명 이
영주가 출가해 큰스님 되기까지 행적들은 하나하나가 드라마틱하다. 일
화들은 대체로 남달리 비범했던 스님을 그려내고 있으나 억지 찬양이나
미화의 흔적은 드물다. 젊은 시절 성철이 청담 스님과 틈나면 레슬링 시
합을 하고 어린애처럼 놀았던 모습, 운부암시절 팔공산 자락 노루나 꿩
앞에서 불경을 읽거나 장난을 쳤던 일화 등은 성철의 인간됨을 느끼게
하는 대목. 선방 스님들의 참선 태도가 게으르다고 느낄 땐 나태한 스님
들에게 '곰새끼들아, 밥값 내놓으래이'라고 청천벽력처럼 외치며 끌어내
깊은 계곡물에 처넣었을 정도로 수행에선 철통 같은 엄격함을 지켰으나,
암자 둘레에 외부인 출입을 막는다며 철조망을 쳐놓고도 나중엔 '예외'
를 인정할 줄 알았던 너그러운 인간의 면모도 전한다. 성철 스님 문도회
는 이 소설이 '성철스님 모습에 가장 가깝다'며 공인 전기소설로 인정
했다.

이 소설의 재미는 그저 에피소드 읽기에만 있지는 않다. 작품속 정검
사가 1년을 헤맨 끝에 얻은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결국 성철이고 부처
라는 깨달음이다. 독자들도 깨달음이라는 것이 자신을 새롭게 만나는 것
임을 어렴풋하게 알아차리게 된다. '자기 자신이 부처'라고 설파했던 성
철스님처럼.
(* 김명환기자·mhkim@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