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행가를 떠올리는 제목 덕분에 악극이나 신파극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목포의 눈물'(장우재 작·기국서 연출)은 진지한 정극
이다. 노파 월산(백성희 분)의 곡절많은 가족사를 통해 힘겨운 현대
사를 살아온 우리 이웃 이야기를 담는다.

저승사자에 이끌려 영산강 둑을 배회하는 월산앞에 과거가 파노라
마처럼 펼쳐진다. 공사장에서 다리를 잃은 오빠 동권(한명구 분)은
영산강에 빠져죽고, 노름꾼 남편은 집에 돌아오다 동료에게 칼 맞아
세상을 뜬다. 친정 아버지(김성옥 분)는 가뭄끝에 맞은 홍수때 외손
자를 구하고 익사한다.

월산은 다리 보상금으로 받은 오빠 돈을 훔쳐 남편에게 노름비로
건네준 일이 평생 마음에 걸린다. 고통은 현재에도 계속된다. 시의원
에 당선된 큰 아들과 택시기사 둘째 아들, 술집을 전전하던 딸은 재
산만 탐내고 월산은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구수한 남도 사투리는 정감을 더하고 다이너마이트 폭파나 영산강
을 오가는 배는 나름대로 볼거리를 준다. 하지만 긴장감 없이 그저
늘어놓는 장면은 지루하다. 속도감 없이 축축 처지는 대사도 부담스
럽다. 9백석 대극장 뒷편까지 내려꽂히기에는 역부족인 발성도 관극
을 방해한다. 개막 이틀 째인 10월23일 공연을 지켜본 이유인 탓도
한 몫했을 것같다.

알만한 이들은 연극 초반 공연이 어수선한 까닭을 안다. 공연 당
일에 가서야 겨우 무대에서 한두번 맞춰보고 개막 며칠간은 사실상
리허설에 가까운 연극계 관행 때문이다. 덕분에 백성희 김성옥 한명
구 정재진과 저승사자로 나선 정진각의 호연이 빛이 바랬다. 10월22
일∼11월15일 호암아트홀. (02)751-9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