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판문점 총격요청'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여론을 수집
하는 등 정치권 공방 속에 수사발표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초 검찰은 수사결과를 담담하게 공소사실 범위에서 사실 위주
로 기술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적는 것으로 방침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야권의
반격에 대비해 이회창-회성씨 관련 부분을 세세히 적은게 아니냐", "박
상천 법무장관이 '배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발표한 뒤 청와대의 질책
이 있었다는 소문과 무관치 않다"는 등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과 안기부는 수사기간 내내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안기
부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수사내용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검찰
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등 배후부분 수사가 미진한 점을 들어 제동을
건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기부가 대선보고서 등 수사자료를 잇따라 공
개하면서 갈등은 더 심해졌다. 검찰은 안기부에 "수사에 방해가 된다"
며 수사자료 공개 중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 주변에서도 고문의혹
과 관련해 "안기부 일부 직원들이 구속될 수도 있다"는 설이 계속 나왔
다.
○…검찰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변호사들의 계속되는 집단 접견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례적으로 발표문에 변호사 접견상황까지
포함시켰다 . 검찰은 초반에 고분고분하던 피의자들이 중반에 접어들면
서 정치인 변호사들만 만나면 진술을 번복해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검
찰은 지난 23일까지 변호사들이 무려 26회나 피의자들을 접견하는 바람
에 수사시간이 부족해 변호사들에게 접견 자제 요청까지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5일 안기부로부터 사건을 송치받고 언론에 공개되기 전
까지 '실무 3인방'의 공소유지를 위한 보강 조사에 만전을 기했던 것으
로 알려졌다. 안기부에서의 진술은 법정에서 번복하면 증거능력이 없어
'퇴로 차단'에 주력했다는 것. 검찰은 "한씨 등이 안기부 진술을 대부
분 번복했지만 공소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며 "한씨 등이 검찰에서 총
격요청 내용을 진술했다가 번복하기를 반복해 법원이 '심증'을 갖는 데
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부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맞춰 '수사 뒷얘기'라는 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안기부는 이 자료에서 오정은씨는 스스로 반성
문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 '눈물의 반성문'을 작성해 뒤늦
게 뉘우쳤다고 밝혔다. 장석중씨는 안기부 조사후 단란주점에서 흥청망
청 술을 마셨다며 장씨의 고문주장은 허위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려고 노
력했다.
(* 서교·gyoseo@chosun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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