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손창호, '박치기왕' 김일, 야구투
수 박철웅. 셋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한때 스타였고 최근 KBS 2TV
'영상기록 병원24시'(수밤11시)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1년반 동안 행려병자로 지내던 손창호는 오랫
동안 외로움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
면서 오지도 않을 전화를 기다리며 성깔을 부렸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얼굴로 "속초 바다가 가고 싶어" 읊조리던 그는 지난 8월 세상을 떠났
고, 그제서야 빈소에 친지들이 모여들었다. 계산된 연출 없이 인기 스
타의 사연 많은 현주소를 담아낸 '손창호, 죽음보다 더 큰 외로움'(7
월5일방송)은 '병원24시' 존재를 세인에게 각인한 계기가 됐다.

지난 6월 21일 첫 방송한 '병원 24시'는 1년반 전 출범한 신생 독

립 프로덕션 '제이 프로'가 만든다. 30대 초반이 주축인 PD 7명이 돌

아가며 한 주씩 프로그램을 맡는다. 동갑내기 강인석 정우석 정태일

권오준(30)과 조선종(33) 김의진(35) PD에 이어 홍일점 유혜승씨가 29

세로 가장 어리다. 이들은 모두 독립 프로덕션이나 케이블 TV에서 활

동한 이력을 지녔다.

50분짜리 방송이지만 촬영에는 보통 2∼3주가 넘게 걸린다. 6㎜ 비
디오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병원에서 24시간 먹고 자면서 화면에 담
는다.거칠고 때로 어설픈 대화나 영상이 거슬릴 때도 있지만 가식없이
생생한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미덕이 단점을 압도한다.

취재 아이템은 주로 병원을 샅샅이 훑으면서 가려낸다. 때론 촬영
중에 환자가 갑자기 죽어 중단할 때도 있다. 위독한 환자를 대하는 만
큼 가족이나 친지들 항의와 욕설까지 각오해야 한다.

지난 8월 홍수 때 지리산에서 어린이들을 구하려다 급류에 휘말려
의식불명에 빠졌던 119 구조대원 이내원씨를 취재할 때도 가족들의 절
규와 맞닥뜨렸다. 촬영을 맡았던 유혜승 PD는 진주 경상대 의대 병원
에서 2주일간 숙식을 함께 하며 이씨 가족들과 지냈다. 그는 "환자가
아플때는 나도 아픈 것처럼 괴로웠다"고 말한다. 지난 8월 방송된 골
수 이식수술 환자 여대생 고근혜 양과는 정이 들어 요즘도 자주 전화
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조선종 PD는 "같은 병을 앓는 환자 가족들이 특히 큰 관심을 보인
다"며 "어렵게 고비를 넘기는 환자들을 보고 생명의 소중함과 삶에 대
한 의지를 다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