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파랑 노랑, 투명한 원색 삼각형이 중첩된 '산' 작품으로
유명한 원로 서양화가 유영국(82)씨가 2백쪽에 이르는 대형 화집
을 내고 13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02-734-8215)
전관에서 작품전을 갖는다. 작가의 50년대 이후 90년대까지 시기
별 대표작 30여점을 선보이는 '준회고전'이다. 유씨는 노환으로
작업을 하지는 못하지만 소장 작품 중에서 미공개 작품들을 골랐
다고 한다.

유씨는 김환기와 함께 광복이후 국내 화단에 추상미술 바람을
불어넣은 1세대 작가로 꼽힌다. 고향인 경북 울진 산골짜기를 생
각하며 작업했다는 '산' 연작은 그가 40여년 매달려도 못다 푼
시험문제. 50년대 작품엔 두꺼운 마티에르에 산이 물결치듯 펼쳐
지지만, 60년대 들어서는 무채색 화면에 몇가닥 선이 산을 보여
준다. 60년대 후반에는 주황, 노랑이 정연하게 화면 속에서 나뉘
어 최근까지 이어진 '산' 연작의 모태를 이룬다.

70년대 이후 작품들도 '차가운 추상'이라는 별명처럼 꽉 짜인
구도가 작가의 치밀함을 말한다. 그 가운데로 논밭이 펼쳐지고,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소로와 작은 연못, 노을에 묻힌 산처럼 서
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원로 작가의 40여년 작품 변화
를 연대기처럼 읽으며 우리 현대미술이 걸어온 길을 더듬어 볼수
있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