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항공참사들은 운항규정을 무시했을 때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작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조종실 음성녹음장치(CVR)에는 지상충돌
직전, 부기장이 착륙포기를 기장에게 건의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때
라도 조종간을 잡아당겼으면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
했다. 외국 항공사에선 부기장이나 기관사가 기장에게 긴급상황에서 착
륙포기를 2번 건의하고 듣지 않으면 조종권한을 박탈하고 곧바로 기수
를 잡아당긴다.

93년 아시아나 항공 목포사고 조사보고서에는 기장이 "오른쪽을 봐,
창밖을 내다 봐"라고 외치는 소리가 나온다. 사고는 악천후 속에서 두
차례에 걸친 착륙 시도가 실패한 뒤에도 계기판을 보지 않고 눈으로 활
주로를 찾으려고 지나치게 고도를 낮추다 일어났다. 대구공항 동체착륙
사고 당시 조종사들은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사실을 몰랐다. 충돌방
지장치가 37초 동안 22차례 낸 경보음을 무시했고, 착륙장치가 내려지
면 계기판에 녹색등이 들어오게 돼 있지만 이것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우리 조종사들이 무리하게 착륙하려는
이면에는 회항하는 것을 못견뎌하는 우리 승객문화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사는 손해를 무릅쓰고 안전을 위해 회항하는 것이므로
칭찬을 해줘야 할텐데, 왜 착륙하지 않느냐고 따지고 드니 무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방공항의 낙후된 시설도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
해공항은 국제공항임에도 불구, 계기착륙장치(ILS)가 공항 인근 신어산
(해발 7백40m) 때문에 남쪽 방향으로만 설치돼 있다. 북쪽으로부터 착
륙하는 비행기는 전적으로 조종사의 시계비행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또
활주로 중심 등을 알려주는 착륙보조시설도 완벽하지 않아 조종사의 착
륙여부 최종 결정이시정 8백m 이상, 고도 60m에서 결정돼야 함에도 실
제로는 시정 7백m 정도에서 결정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은 항공기 이탈에 대비해 마련한 활주로 옆 갓길격인
착륙대가 규정보다 좁다. 활주로 양쪽으로 너비 1백50m씩 개방공간이
있어야 하지만 활주로 북쪽지역은 75m만 확보돼 시정거리가 5백50m 이
상일때만 착륙을 허용한다. 울산공항은 항공기의 고도와 방위 등을 파
악해 비행기에 전달하는 안전착륙 유도장치조차 갖춰지지 않아 기장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고 있다. 여수와 목포공항도 활주로가 1천5백50m
와 1천6백m에 불과, 현재 취항중인 F-100 기종의 정상 이착륙거리(1천
6백80m)에도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