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안무가 수잔 링케(54)가 유네스코 세계무용협회 주최
'98 세계무용축제'에 참가하느라 한국을 찾았다. 피나 바우쉬와 함
께 독일탄츠 테어터(무용극)를 이끌고 있는 그는 사회비판 의식이
강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무용극으로 80년대 이후 세계 무용계 이목
을 모았다.

그는 명성에 비해 꽤나 소탈한 사람이다. 지난 5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명무초청공연을 보고는 무대에 올라 우리 전통무용가

들과 함께 어깨춤을 춰댔다. "사람들 생김새는 다르지만 아시아에

오면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그는 "고전 발레보다는 인도네시아

나 인도쪽 아시아 민속춤에서 더 큰 감동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시민운동이 불붙기 시작한 60년대 후반에 20대
를 보낸 68세대"라고 소개했다. "독일사회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68
세대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는게 최대 관심사였지요." 독일 표현주의
무용 전통을 이어받은 탄츠 테어터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무용적인 몸짓에 대사와 마임같은 연극
적 요소를 가미한 무용극이 새 흐름으로 대중 관심을 끌기 시작했
다고 한다. 그가 70년부터 3년 동안 함께 일했던 피나 바우쉬는 무
용극을 대중화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했다.

링케는 '끼'가 넘치는 개방주의자다. 7,8일 무대에 오르는 그의
대표작 '부인네들의 발레' '뜨거운 공기' '자, 에그몬트'에는 그의
사회의식들이 잘살아있다. '부인네들의 발레'는 가사노동의 고단함
을 무용극으로 꾸민다.

속옷차림 여자들이 색색깔의 긴 천을 질질 끌고 다니며 청소,
다림질, 부엌일을 하는 동안, 남자 두 명이 끝도 없는 토론을 벌인
다. 표현주의 무용이 유럽을 휩쓸던 81년작. 당시만 해도 속옷차림
에 대중의 반감이 만만찮았다고 전했다.

'뜨거운 공기'는 별다른 스토리 없이 이미지만으로 구성했다. 새
들의 짹짹거림을 배경 음악으로 삼아 스모선수, 패션모델, 고양이,
회교도남자가 차례로 나와 유머러스한 장면을 펼친다.

44년 루네베르크에서 목사 딸로 태어난 링케는 전쟁 폐허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못해 6살 될 때까지 말을 못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몸짓과 무용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
다. 20살때 베를린에서 독일표현주의 무용 시조인 마리 뷔그만에게
사사했고, 67년 에센으로 옮겨 쿠르트 요스가 세운 폴크방 스쿨 무
용과에서 공부했다. 75년부터 10년 동안 이 단체 예술감독을 맡았
고 이후 프리랜서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94년부터는 브레멘 무용단
상임안무자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