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정국이 파국으로 달리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비선조직이 북측에 판문점 총격을 요청했다는 설이 돌출, 사정
대치정국이 이제는 판이 완전히 깨지는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생겼다.

문제의 핵심인 총격요청설의 진위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애매모호한 부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
대나 국민회의에선 총격요청설을 기정사실화, 이회창 총재에 정면으
로 칼을 겨누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총격요청 부분과 이 후보 비선조직과의 연결고리
가 확실히 입증될 경우, 한나라당과 이 총재는 정치적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와 국민회의의 주장대로 이는 '분단상황을 이용해 정권연
명을 기도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적과 손잡는 외환유치죄이자 반
국가적 범죄행위'라는 낙인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
다.

그러나 이날 검찰은 '앞으로 기소때까지 수사진행 상황을 일절
알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기소때까지 한달 가까운 기간 동
안 팩트(fact·사실)는 없고 주장만 있는 정치공방이 치열하게 벌어
지게 된 형국이다. 이 공방에서 여권은 특별히 손해볼 것은 없고,
예상되는 이익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 총재와 한나라당은 정치공방 만으로도 엄청난 이미지 타
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이번 추석때 전국의 주요 화제중 하나
가 총격요청설이될 것이 확실하다. 한나라당 서울역 집회때의 '제2
의 용팔이 사건', 편파사정주장 등도 총격요청설 태풍에 날아갈 가
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 파문이 장기간의 사정과 편파시비로 피곤
과 염증을 느끼던 국민 정서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가능성
도 있다.

총격요청설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파문으로 김대중 대통령
이 이 총재를 정치의 파트너로 인정할 생각이 전혀 없음이 확인됐다
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은 단기적으로는 야당에 대한 압박
공세가 간단없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고, 장기적으로는 김 대통령
의 장래 정치 구상에서 이 총재는 '배제'될 것임을 예고한다는 분석
이다.

이에 이 총재와 한나라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주요 변수다.최
근들어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이
총재는 상황 전개에 따라선 실제로 정권퇴진운동 등 '근본적인 카드'
를 꺼낼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정국은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