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언어정보개발연구원
(원장 이상섭)이 편찬한 '연세 한국어사전
(두산동아 간)'이 10월9일 한글날을 맞아 출간된다. 지난
86년 편찬작업에 들어간 이후 12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 사전은
5만여개표제어를 담은 2천1백60여쪽 짜리 단권 사전이다. 연세대
와 두산동아가 제작비 20여억원을 반씩 부담했다. 정가는 5만원.
이 사전의 가장 큰 특징은 60년대 이후 한국인 의사소통과 문
자 행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들을 뽑아 다양한 용례를 실은
현대 국어 실용사전이라는 것. 60∼90년대 출간된 문학작품과 신
문-잡지 18만쪽을 뒤진 뒤 컴퓨터 작업을 통해 사용빈도가 14회
이상인 낱말 5만여개를 표제어로 선정했다. 뜻풀이 뿐만 아니라 1∼
3개 용례를 반드시 실었다.
이 사전은 특히 관용 표현을 중시했다. 가령 '밥'이란 단어를
찾으면 '밥먹듯이 하다' '죽도 밥도 안된다' '(시계의) 밥을 주다'
등 '밥'에서 파생된 표현들이 고딕체로 나온다. 마치 영어 사전에
서 숙어를 눈에 띄게 다루는 것과 같다. '관용표현 격틀'도 제시
한다. 관용표현 '∼밥을 먹다'를 놓고 '사람명사가 ∼밥을 먹다'
라고 써야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정확한 용법 설명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밥'의 경우 '(∼의 밥
의 꼴로 쓰이어) 동물의 밥 혹은 이용되거나 희생되는 대상','(제/
자기…밥의 꼴로 쓰이어) 자기가 찾아야 할 몫이나 배당' 등 자세
한 설명과 예문이 붙어있다.
용언의 제시도 독특하다. '먹다'라는 용언에서 어미 '다'는 작
은 활자로 표시했다. '먹는, 먹어, 먹습니다'같은 다양한 활용형
을 표제어옆에 붙여 강조했다.
문법 설명이 자세한 것도 특징이다. 연결어미 '-나'를 보면
'-나'는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뒤에, -으나는 받침있는 용언의
어간(띵제외)뒤에 붙어 쓰임'이란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국어사전 편찬은 국어학자 전유물이란 고정 관념도 파괴했다.
실무 작업은 남기심 김하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들이 맡았지만, 이
상섭 연세대 영문과 교수가 편찬위원장으로 진두 지휘를 했다. 홍
재성 서울대 불문과 교수 등 외국어학자들도 기획에 참여, 외국
유명사전 장점들을 따올 수 있었다.
이상섭 교수는 "고교생 시절 외국 유명 영어사전을 뒤적일 때
마다 언젠가 우리도 이렇게 좋은 국어사전을 가질 수 있을까 라고
아쉬워 해왔다"며 "롱맨 영어사전이 영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
도 유용하듯이 이번 사전은 우리말을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염두에
뒀기 때문에 국어사전이란 말 대신 옥스포드 영어사전처럼 '연세
한국어사전'이란 명칭을 붙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