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이제는 사람이 아닌 세월과의 싸움이다. 40대 중반
의 나이에 벌써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조훈현. 시간의 퇴적체인
세월의 무게가 이 중년 천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젊은 후
배들과의 끝없는 '정신노동'에 시달려온 그의 얼굴은 온통 피곤으로
가득하다.
맞은 편에 위빈 구단이 조용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앉는다. 31세의
청년. 바둑계에서는 원숙미가 붙어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한다는 나이
다. 단위제 도입 역사가 일천함에도 프로기사 수가 한국의 두 배인
3백명을 바라보는 중국에서 그는 서열 3위에 올라있는 강자다.
초반은 무서운 속기 경쟁. 13까지의 모든 수가 1분내에 두어졌다.
어려운 대목에 대비해 시간을 아끼겠다는 속셈이 일치하고 있다.
흑 5에는 위빈의 사전 연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통은 6의 자
리를 차지, 참고도 처럼 두어지며 이것은 특히 한국 기보에 많이 등장
한다. 시간이 짧은 바둑이므로 상대가 익숙한 포진을 피하겠다는 의미.
어차피 세상사 모든 경쟁이 시간 싸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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