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극장 개봉이 어려워 관객과 만나기 힘든 국내 독립영화들에게 부
산국제영화는 무척 소중한 기회다.
독립영화 3편중 '둘 하나 섹스'가 25일 오후 가장 먼저 선보였다. 이
지상감독은 후반 작업비가 없어 애태우다 빚을 끌어대 녹음을 마쳤고, 개
막 이틀전 간신히 프린트를 마련했다. 영화는 적나라한 섹스신에 형이상
학적 상징을 덧칠해 무척 낯설다는 느낌을 줬다. 그래도 관객들은 상영뒤
"주인공들이 모두 총에 맞아 죽는 이유가 뭔가" "섹스신을 건조하게 연출
한 의도는 무엇인가" 질문하며 관심을 기울였다.
김시언 감독 '하우등(하·우·등)' 역시 개막 직전 프린트를 겨우 완
성했다. 프랑스 파리 영화실기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김감독의 장편 데
뷔작. 시골마을 폐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서정적 3부작으로 구성했
다. 26일 PIFF광장 무대에서 5백여 관객과 만난 김감독은 "독립영화를 사
랑 해달라"는 당부 말을 잊지 않았다. 16㎜로 찍은 두 작품은 임상수 감
독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함께 경쟁부문 '새로운 물결'에 포함됐다.
흑백필름으로 찍어 일반 개봉이 쉽지않을 '벌이 날다'도 28일 첫 상영
을 앞두고 기대를 모은다. 민병훈 감독이 잠쉐드 우스마노프와 함께 러시
아국립영화대학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다.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에서 찍은
이색적 작품. 우화같은 이야기에 영상미가 아름답다.
국내 다큐멘터리도 기록영화만이 지닌 감동으로 호평받았다. 출품된 6
편 가운데 홍형숙 감독 '본명선언'은 한국 이름과 일본 이름 사이에서 갈
등하는 재일동포 10대 문제를 심도있게 다뤘다. 26일 첫 상영에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곳곳에서 훌쩍이며 작품에 빠져들었다. 상영후 홍 감
독이 속한 서울영상집단의 기금 마련 배지를 구입한 관객도 많았다. 박노
해 시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세발 까마귀'를 비롯해 '우리들의 사계' '전
선은 있다''22일간의 고백' '시인과 영화감독'도 사랑 받았다.
(* 이동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