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어업협정 최종 타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반응은 한-일관
계라는'대국적 견지에서의 한발 양보'로 요약된다. 일본이 '양보'라고
표현하는 대목은 우선 중간수역의 동서 경계선 획정.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보장하는 국제해양법 조약의 취지에 비춰볼때 독도를 기점
으로한 한국의 1백36도 주장은 '억지'인 만큼 1백35도30분에 합의해준
것은 일본측이 한발 물러선 것이란 설명이다. 또 대화퇴(일본명 야마
토타이) 어장의 절반이 중간 수역안에 포함된 것도 대화퇴 어장 전체
가 일본에 속한다는 당초 주장에서 보면 크게 후퇴한 것. 우리쪽 협상
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타결 결과는 올 1월 일본의 협정 일방
파기 통보전 교섭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얻어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
고 있다.
실제 이같은 '양보'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여당내에선 반발도 없지
않았다. 24일 저녁에 시작된 최종 협상이 25일 새벽까지 길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나카가와 농상 등 농수산 관계자와 모리간사장 등 자민
당 집행부 일부에서 '김봉호-사토' 기본합의안에 제동을 걸었던 것으
로 알려지고 있다. '총대'를 맨 사토 위원장은 "이 정도에 타결하려면
뭣하러 협정파기라는 극약처방까지 쓰면서 한-일관계를 벼랑으로 몰아
갔느냐"는 질책을 당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식반응을 너무 순진하게 믿을 필요는 없다. 최종 타
결안의 수역개념도를 놓고 '숨은 그림 찾기'를 해나가다 보면 우리의
'실지'가 금방 눈에 들어온다. 이번 타결안에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
만 독도 문제가 그 하나다. 당초 한국측의 1백36도 경계선 주장은 '독
도는 우리 땅'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무인도인 독도를 기점으로
삼을 수 있느냐를 놓고 해양법상 논란이 있지만 한-중 어업협정에서도
중국이 무인도를 기점으로 경계선 획정을 주장하고 있으며, 일본 스스
로도 동경만 남쪽 태평양상의 인공섬을 영해 기점으로 주장하는 상황
이다. 따라서 1백35도30분은 '한국이 독도 주장을 사실상 양보해 비켜
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타결안에는 명기되지 않았지만 일본 외
무성이 "중간 수역은 공동관리수역으로 하기로 했다"고 자국 기자들에
게 브리핑한 대목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주목된다. 한국은 '독도가 고
유 영토이며, 독도 주변의 중간 수역은 공해로 취급해야 한다'는 종전
입장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일 양국 협상관계자들은 이번 어업협정 교섭을 영토문제와
는 분리해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진짜 '속셈'은 한
국측 어획량을 3년안에 3분의 1 수준으로 삭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 이상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돌아앉아
웃고 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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