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포기 조약돌 하나도 까닭없이 존재하는 것이 없다. 모든 존재하
는 것은 자기존재 이유를 가진다.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자연이다.
자연은 우연히 존재하거나 군더더기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사람은 더욱 그렇다. 어느 인생이 쓸모없고 쓸모있는 사람이 있으랴.
세상이 잣대를 만들어 그것을 갈라놓을 뿐이다. 잣대를 만들지 말라. 잣
대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성인이라고 한다. 성인은 무기요, 무명이다. 무
기는 잣대를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요, 무명은 이름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라는 말이다.
산촌에서 말없이 곡식 낟알을 거두어들이는 아낙은 이름이 없다. 자
기라는 것도 없으며 살아간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이들이 성인이다. 세상은 이러한 성인들 때문에 지탱되는 것이요, 이
름난 사람들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이름없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성인들이다.
그것을 알지 못하고 이름 속에 사는 사람을 재인(치인)이라고 한다.
세상을 위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잘못을 두고 하는 말이다.
(* 성균관대학교 유학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