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적된 기술마저 못쓰게 될 위기 ##.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생명공학연구소가 'G7 프로젝트' 일환으로 92
년부터 10년 계획으로 6년간 진행해온 '새 치료제 개발' 연구가 정부의
연구비 지원 포기로 8월 말로 중단됐다. 연구소가 올해 연구비로 요청
한 2억원에 대해 정부가 지원할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
에 참여한 기업은 치료제의 부가가치를 높이 평가해 2억원의 연구비 지
원을 결정해놓은 상태였고, 매년 정부가 연구결과에 대해 '우수' 판정
을 내린 과제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투입된 민간 연구비 5억원과 정부
지원 8억5천만원 등 모두 13억5천만원의 연구비와 연구결과가 아무런
성과없이 날아가버릴 상황에 처했다.
6개월 늦으면 3년 뒤처지고, 1년이 늦으면 경쟁대열에서 아예 탈락
할 만큼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20세기 말 세계의 과학기술 전쟁. 그
러나 한국은 경제불황의 늪에서 21세기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연구개발
중이던 첨단기술 프로젝트들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 전자통신연구원이 국책사업으로 추진중인 초고속
위성통신망 사업. 선진국에선 일부 상용화한 기술로, 산간-도서지방에
서도 무선통신을 가능케 하는 첨단기술이다. 올해 초 기술설계를 끝마
친 연구팀은 요즘 완성한 기술설계만 다시 들여다보며 일손을 놓고있
다. 정부가 올해분 개발비 15억원을 대폭 삭감해 9억2천만원만 지급했
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까지 치솟아 필요한 부품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위성통신망 상용화 연구는 사실상 포기해야 할 형편에 처했다. 연
구팀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이 아깝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
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국과 함께 올해 건국 50주년을 맞은 이스라엘. 83년 이스라엘에
그때껏 겪어보지 못한 경제위기가 닥쳤다. 물가는 연간 4백%씩 뛰어올
랐고 달러당 23셰켈이던 환율은 84년 1천5백 셰켈까지 치솟았다. 이스
라엘은 이를 계기로 대대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구조를 하이테
크화했다. 국방비는5∼6% 삭감했지만, 연구개발(R&D)에는 GDP(국내총생
산)의 8%, 정부 1년 예산의 30%를 쏟아부었다.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
이 속속 등장했다. 가능성있는 기업은 곧바로 뉴욕 나스닥에 상장시켜
경쟁력을 길렀다. 그렇게 해서98년 현재 이스라엘 전체 산업의 45%가
하이테크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98년 경제위기에 처한 한국의 해법은? 우선 97년 2조7천6백77억원이
던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3백34억원 삭감했다. 구조조정이란 이름으
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을 20%씩 삭감했다. 이로 인해 올해 연구원
과 지원인력을 포함한 9백여명이 연구소를 떠났다. 정부는 내년에도 20%
를 일률적으로 깎을 예정이다.
우리나라 총 연구비중 정부부담 비율은 22%. 미국은 80년 이전까지
국가전체의 연구개발의 50% 이상을 연방정부가 담당했다. 민간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90년대 들어서도 34% 가량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우
리와 치열하게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은 45%, 영국은 32%, 프랑
스는 45%를 정부가 맡고 있다. 전국과학기술노조는 "정부의 이같은 조
치가 계속되면 국가전체에 '연구 공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기획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