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치개혁'은 실체를 알기 힘들다. 정치개혁
의 필요성은 너무나 자명하기에 어느 정권이고 부르짖지 않은 정권이 없
었다. 집권하면 다 한번씩은 내세웠다. 무엇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고, 그 돈때문에 정경유착이 심화되고, 그래서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당 체제가 확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개혁을 하고 있는가. 돈 들어가는 원천인 지구당
은 물론이고 모든 정경유착의 가능성은 그대로 덮어 둔 채, 과거의 비리
만을 대상으로 사정을 하고 있다. 국민의 눈에 비친 현 정부의 정치개혁
은 개혁과 사정을 등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부정적으로는 정치개
혁과 사정을 혼동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정치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가장 중요시되는 정
당체제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정당체제가 확립되지 않는 정치개혁
은 시도해서도 안되고 시도해도 성공할 수 없다. 정당체제의 확립을 기
하지 않는 정치개혁은 달성된다 해도 명백히 개악으로서의 목적 달성일
뿐이다.

그런 모든 정치개혁은 사실은 자기 당 이기주의를 위한 '음모'이다.

그래서 현 정부가 하는 정치개혁을 '음모'의 시각에서 보는 국민이 야당
이 아니라도 부지기수다. 이유는 사정이 여당을 비리 의원들의 피난처로
만들고 있고, 사정이 바로 여당 세 불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때
문이다.

사정에 의한 세 불리기는 김영삼 정부도 꼭 같이 했고, 그 이전의 정
부들도 심심치 않게 했다. 역대 정권들이 세 불리기용으로 꼭같이 써먹
던 방법이어서 '정치개혁' 하면 국민들은 으레 '사정'을 생각하고, '사
정'하면 으레 '표적 수사'를 연상한다. 그리고 야당 탈당 사태가 벌어지
고, 의회는 민주주의 억압이다 말살이다 해서 대치 국면으로 들어가고,
그리고는 1년이면반 이상 식물국회가 된다. 그러면서 칼자루를 쥔 정권
은 끊임없이 '개혁''개혁' 한다. 그리고 개혁은 실패한다.

이 정부의 행태도 너무나 꼭 같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개혁이라는 말만
나와도 그 다음 순서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그런 정치개혁에 혐오증을 느끼고, 또 상당수의 국민들은 소름
을 친다. 중요한 것은 이 정권의 담당자들이 '우리도 꼭같이 반복하고
있다'하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것이 정치개혁의 시
작이며 개혁 성공의 싹이다.

그런데 이 정권의 담당자들도 이전 정권의 담당자들과 꼭 마찬가지로
우리는 '예외다' 하고 있다. 우리만은 '그들'과 엄청난 차별성이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은 착각으로는 절대로 되지 않는다. 더구나 정치개혁은 '민주주의'
라는 실제와 원칙이 늘 따라 다니기 때문에 엄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필코 '사정'과 '개혁'은 분리돼야 한다. '사정'하면
서 개혁하면 안되고, '개혁'하면서 사정하면 안된다. 사정은 형법적인
것이고, 개혁은 제도적인 것이다. 사정은 법을 위배한 비리 의원을 색출
해서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고, 개혁은 지구당을 없앤다든지 정경유착
을 저지한다든지 하는 제도를 만들어서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를 지향해
가는 것이다. 사정으로 비리 의원을 위협해 상대 당을 탈당하도록 해서
내당으로 끌어넣으면, 그 자체가 비리가 된다. 그런 비리를 저지르면서
개혁을 부르짖으면, 모든 개혁은 '정치 음모론'으로 전락한다.

따라서 정부 여당은 세 불리기를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오로지 정치
력으로 정치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까지 영입한 비
리의원들을 다시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때 국민들도 믿
고 정치권도 신뢰를 회복해 대화하는 정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정치개혁의 시작이며 성공의 기틀이다.

이런 제시에 대해 미상불 정부 여당은 천길 만길 뛸 것이다. 그러나
그 뛰는 것만큼 우리 정치는 개혁되지 않는다. 그것은 불을 보듯 번연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