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 종파-종족갈등 심화…'전면전'땐 중앙아시아 확산위험 ##.

이란·아프가니스탄 국경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두 나라의 갈등은
어떻게 결말이 나든 간에 중동에서 서남아시아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의
국제정치 질서를 일변시켜 놓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통해 신정체제가 확립된 나라. 현재
이 나라의 외교, 국방정책은 성직자이자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
네이가 집행한다. 이란과 대립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1994년부터 급격히 세력을 확대해 현재는 이 나라 면적의 90% 가량을
점령하고 있다. 탈레반은 경건한 학생들이라는 의미. 문자 그대로 탈레
반정권은 가는 곳마다 이슬람 율법을 실현한다며 엄한 신정을 편다.

이란 정권이나 탈레반 정권이나 모두 이슬람 근본주의적인 정권이라
는 공통점이 있다.무엇보다도 형제애를 강조하는 이슬람교에 바탕을 둔
두 정권인지라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일이 다소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
게 마련이다.

그러나 분쟁의 원인이 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둘 사이
에 평화의 강이 흐르게 될지 의문이 쌓인다.

이번 분쟁의 표면적인 원인은 탈레반측에 의한 이란 외교관 및 언론
인 학살사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수니파 회교도 집단인 탈레반을 비롯
시아파 회교도, 우즈베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군벌 등 여러 세력들이 내
전을 벌이고 있다.

시아파 군이나 우즈베키스탄 군벌들은 이 나라의 북부에 위치한 마자
르이샤리프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저항했다. 지난 8월 9일 탈레반측은 적
대세력에 대한 대공세를 펼쳐 마자르이샤리프를 점령했다. 탈레반측은
이지역을 점령한 직후 이란 영사관에 진입, 이란 외교관 9명과 이란 관
영 IRNA통신 기자 1명 등 모두 10명을 살해했다. 또 이란인 트럭 운전사
30여명을 구금했다.

이란 정부는 당연히 탈레반에게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근거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측에 대한 무력 응징을 뜻하는 말.

탈레반측은 이란 외교관 피살은 국내 문제라고 고집한다. 이란측이 시
아파군을 지원해 온 사실을 말하는 것. 그러자 이란은 9월 들어 각각
7만명과 27만명이 참가하는 기동훈련을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 부근에서
실시했다.

탈레반도 이란과의 국경지역에 1만명 이상의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이란측이 공격을 시작하면 테헤란 등에 미사일 공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처럼 이란·탈레반은 외교관 살해에 대한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전
쟁 일보 직전의 상태까지 가 있다. 외교관 살해는 전쟁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원인이 된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이보다 해결하기 힘든 대립 요
인이 하나둘이 아니다.

먼저 같은 이슬람이면서도 수니파·시아파간의 오래된 갈등이 내재돼
있다. 이란은 시아파 이슬람교 국가. 탈레반은 수니파 이슬람교도 집단
이다. 이란의 하메네이는 탈레반을 "스스로 무엇이 이익이 되는지도 모
르는 무식하고 수준 낮은 집단"이라고 깔본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평정해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아파 이슬
람교도들을 학살했다. 지난 8월 발생한 이란 외교관 학살 사건도 시아파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무차별 보복 학살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
고 있다. 또 16일 시아파 근거지 중의 하나인 바미안을 장악하는 과정에
서도 민간병원 등을 무차별 공습해 수백명의 시아파 이슬람교도들이 살
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에도 이란 서부지역에는 시아파 난민
1백여만명이 수니파들의 탄압을 피해 몰려있다. 이란은 탈레반에 대한
응징의 한 수단으로 이들 시아파 난민을 무장시켜 탈레반에 대한 공세를
취하게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시아파·수니파 갈등은 종족 갈등의 측면도 있다. 수니파는 아프가니
스탄내 최대 종족인 파스툰족이고 시아파는 하자르족이다. 두 종족은
오랜기간 동안 대립했다.

아프가니스탄내의 수니파·시아파 갈등은 곧바로 이슬람권 내부의 갈
등으로 이어진다. 탈레반 정권을 국가로 승인한 나라는 같은 수니파 국
가인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연방 등 셋 뿐이다. 수니
파국가들의 탈레반에 대한 지원의 열의를 알만 하다.

탈레반의 발상지는 파키스탄 서부의 이슬람 교리학교들이다. 그만큼
파키스탄과의 사이는 각별하다. 파키스탄의 군수 지원과 사우디아라비아
의 자금지원이 아니었다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내 최대 세력으로 떠오
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란은 외교관 학살 사건 이후 파키스탄에 대한 비
난을 펼치고 있다. 탈레반을 조종하고 있는 파키스탄이 중재에 적극적이
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주변국간의 갈등은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신
생 공화국들로 번진다. 아프가니스탄 바로 위에 붙어 있는 투르크메니스
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은 모두 소련이 붕괴한
뒤에 태어난 신생 공화국들이다. 이들 나라들과 러시아는 모두 자기 나
라안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발호하는 일을 가장 꺼린다. 또 아직
반탈레반 동맹을 승인하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북부지역에서 세력을 넓히자 타
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즉각 비상경계령을 발동하고 국경을 폐쇄했
다. 러시아는 또 이들 국가들에 병력을 추가로 파견했으며 합동으로 공
군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에 대한 태도도 냉랭해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과 타지키스탄의 대통령들은 파키스탄 사절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타
지키스탄은 지난 8월 25일 탈레반에 관한 광고가 담긴 인쇄물을 이슬람
사원에서 나누어주던 파키스탄인 4명을 추방했다. 중국도 이슬람 근본주
의적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패자가 되는 일을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심지어는 이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터키도 지난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석권하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탈레반 분쟁은 중앙아시아의 석유문제와 연계되면서 마침내 미
국 등 서방측 국가들도 끌어 넣는다.

지난 8월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탈레반의 세력 확
대는 "미국의 음모가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9월 14일에는
미국의 석유메이저들이 탈레반과 작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제
2의중동'으로 불리는 중앙아시아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를 아프가니스탄
을 통해 외부로 수출하려고 한다는 것. 실제로 미국의 유노컬사와 탈레
반은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까지 공
급할 수 있는 20억달러 짜리 송유관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란측은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이 자기 나라를 거쳐 페르시아만을
통해 빠져 나갈 수 있게 하려고 적극적인 대서방 외교를 펼치고 있는 중.

그러니 아프가니스탄을 관통하는 송유관이 건설된다는 것은 이란으로서
는 커다란 이권을 잃어버리는 셈이 된다. 하메네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제패하는 것은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이란을 피해 아프
가니스탄을 통해 빼가려는 미국의 음모가 작용한 때문이라고 추정한 것
이다.

이처럼 이란·탈레반 대립에는 주변 이슬람 국가들은 물론 미국 러시
아 중국 등 주요 강대국들이 개입하는 양상이다. 때문에 이 문제는 단순
히 이란 외교관 피살사건에 대한 책임 공방을 가르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강대국과 주변국들의 이해가 모두 반영
된 상태에서 해결될 전망이어서 중앙아시아의 세력 균형, 나아가서는 국
경에도 일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부터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이란 파키
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 6개국과 미국과
러시아등의 외무장관들이 참여하는 '6+2 회담'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단절된 상태에 있던
미국과 이란의 외무장관도 얼굴을 맞대게 된다. 21세기를 앞두고 국제정
치질서가 재편되는 현장을 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