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정가가 '뒷조사와 정보 흘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클린
턴성 추문 공방의 부산물인, 이른바 '공작 정치' 논란이 오히려 주인
자리를 차지한 듯한 인상이다.

절정은 16일 폭로된 헨리 하이드 하원 법사위원장(74·공화·일리노
이)의 30여년 전 혼외정사 추문이다. 미 정치권에서 누구보다 신망이
두터운 노정객이 41세이던 65년부터 5년간 12살 연하의 미용사와 불륜
을 맺어왔음이 폭로된 것이다. 누가 봐도 백악관 또는 클린턴 지지자들
이 '이(치)에는 이'라는 발상에서, 아득한 과거사를 들춰낸 것으로 짐
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파문은 ABC방송이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이같은 정보를 갖고 2명의
언론인에게 접근한 적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확산됐다. 피해자인 의회
다수당 공화당은 즉각 언론인 출신인 시드니 블루멘틀 백악관 보좌관을
'진원지(Source)'로 지목했다. 백악관은 펄쩍 뛰었다. 어스킨 보울스
비서실장은 "백악관 관계자의 개입 혐의가 드러나면 즉각 파면하겠다"
고 약속했다.

하이드 추문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잡지 '살롱(Salon)'은 문제의 미
용사 남편의 친구인 놈 소머가 취재원이라고 밝혔다. 소머는 그 전에
이미 무려 57명의 기자들에게 전화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공화당측은 이런 설명들을 아예 무시하는 눈치다. 깅리치 하
원의장과 톰 딜레이 하원총무 등은 연방수사국(FBI)에 공한을 보내 정
식 수사를 요청했다. 공화당은 벌써 지난 2주 동안 하이드를 비롯, 댄
버튼정부 감시 및 개혁위원장, 3선에 도전하는 여성의원 헬렌 체노웨스
등이 과거 불륜폭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 역시 사생활 뒷조사에는 한 목소리로 분노하고 있다. 공식
명분은"클린턴 탄핵 문제를 징계 수준으로 낮추려면 공화당을 달랠 필
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화-민주 양당의 전국위원회는 이번에 드러난
개인사생활 비리를 다음 선거에 이용하면 중앙의 정치자금 지원을 봉쇄
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래도 정가 주변에서는 다음 피해자들에 관한 소
문이 나돌아 의회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사실 백악관은 '완벽한 결백'을 주장할 처지는 못된다. 민주당 소속
의원 중 처음으로 클린턴의 사임을 요구했던 폴 맥헤일 의원(펜실베이
니아)은 군경력을 조작, 사기로 무공훈장을 받았다는 '루머'에 시달렸
다.결국 백악관의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클린턴 진영의 뒷조사와 '협박'
이 얼마나 집요한지를 짐작할 만하다. 백악관은 과거 전문 탐정회사를
고용한 경력도 있고, 92년 클린턴 선거본부 책임을 맡았던 제임스 카빌
등은 공공연하게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 등 '클린턴 적들과의 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미 국민들은 치졸한 뒷조사도 마땅치 않고, 의회가 클린턴 성 추문
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도 "과연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느냐"며 냉소
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