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섹스 스캔들 감추려는 정치판의 위선 파헤친 풍자영화 ##.
대통령 선거 2주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온 걸 스카웃 여학
생을 성추행했다. 먼저 뉴스를 따라가보자. 언론은 대통령의 섹스 스캔
들취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캔들이 매일 주요 기사로 다뤄지는
것은물론, 여론 조사 결과도 곁들여진다. 선거 열흘전 지지율은 40%도
안된다.
몇일후 알바니아 사태가 터진다. 미국 정부가 핵 시설로 의심되는 알
바니아의 한 지역을 폭격했다. 폐허가 된 민가에서 고양이를 안고 뛰어
나오는 어린 소녀가 위성 뉴스로 방영된 직후, 미국 정부는 그 소녀를
구출해 미국으로 데려왔다.
비가 죽죽 내리는 캐나다 국경 부근 공항에서 미국 대통령은 소녀를
포옹하고 캐나다에 산다는 소녀의 늙은 이모에게 코트를 벗어준다. 섹
스 스캔들은 어느새 언론에서 사라졌고 TV는 가여운 전쟁 희생자와 이
를 끌어안는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방영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알바니아 전쟁은 불과 몇일만에 끝난
다.
다음날 미국 정부는 알바니아 감옥에 갇힌 미군 포로를 구출하겠다
고 선언한다. 때맞춰 고향을 그리는 젊은 병사의 심정을 담은 '낡은 신
발'이라는 30년대 노래가 리바이벌돼 전국적으로 유행한다. 낡은 신발
을 묶어 가로수에 던져놓는 시위가 성행하고 아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병사의 귀환을 촉구하며 일제히 신발을 집어 던진다. 드디어 미군은 포
로를 구출해 본국으로 송환중이라고 발표한다.
그러나 송환도중 병사는 고문 후휴증으로 사망해 시체로 돌아온다.의
장대의 엄숙한 예포와 함께 미국 정부는 전쟁 영웅의 장례식을 올린다.
선거 하루전, 대통령의 지지도는 80%가 넘었다.
뉴스 뒤의 진실은 무엇인가? 미국은 알바니아를 폭격한 적도 없고 전
쟁은 없었다. 전쟁 고아가 된 소녀는 이름없는 모델이며 소녀가 폐허를
뛰쳐나오는 뉴스 화면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조작한 것이다. 전쟁 포로는
정신병원에 갇혀있던 죄수였으며 죄수는 수송 도중 웃지 못할 사고로
죽었다. '낡은신발'이란 노래는 30년대 노래가 아니라 때맞춰 작곡한
컨트리송이며 신발 던지는 시위도 선거진이 일부러 붐을 조성한 것이다.
진실은 이렇다. 정치란 쇼 비즈니스와 같아서 대중을 움직이는 이벤
트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 선거 해결사 콘래드(로버트 드 니로)는 전
쟁이벤트로 섹스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해 할리우드 제작자 스탠리(더스
틴호프먼)를 불러들인다.
"이번 전쟁을 종식시키면 대통령은 영웅이 될거야."
"애초에 전쟁같은 것은 없었잖아?".
"그러니까 더 위대하지." 유능한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마멧이 쓴
콘래드와 스탠리의 독설은 대중을 게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정치꾼들
의 속성을신랄하게 파헤친다.
"왜 알바니아지?(Why Albania?)"
"안될 이유라도있나?(Why Not?)".
"알바니아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What have they done to us?)
"그렇다고 알바니아가 우리에게 뭘 해줬는데? (What have they done
for us?)".
알바니아가 가상 폭격의 대상이 된 이유는 누구든 별 관심이 없는 나
라이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자 스탠리가 연출한 정치 쇼는 대부분 즉흥
적으로 결정되고 이는 온전히 대중 심리를 자극하는데 바쳐진다. 알바니
아, 낡은 신발, 소녀, 고양이, 빗속의 포옹 등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
발해 대중을 움직이는 거대한 이벤트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이 영화의 풍
자정신을 받치고 있다. 영화 제작이 그렇듯 '대통령 제작'도 대중 심리
를 읽는 날카로운 감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가짜 알바니아 소녀가 도착하는 공항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공항을
바꿔 비를 내리게 한다. 전쟁은 원래 없었다고 주장하는 CIA가 전쟁 종
식을 발표하면 연출가는 전쟁 포로를 만들어낸다. 전쟁 포로가 수송 도
중사고로 죽으면 환영식장을 장례식장으로 바꾸면 된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이유는 개가 꼬리보다 영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꼬리가 더 영리하다면 꼬리가 개를 흔들 것이다.(It would wag the dog)"
영화의 첫 자막처럼 배리 레빈슨 감독은 관객에게 '개'가 되는 체험을
요구하곤 갖은 '꼬리'를 친다. 결말에 가면 제작자마저도 선거꾼의 '꼬
리'에 희생당한다. 결국 할리우드도 워싱턴에 농락당한다는 뜻일까1?.
선거꾼이 돈을 대고 영화 제작자가 연출한 거대한 정치 쇼의 종점은
사실 정치와 미디어의 위선이 아니라, 이 영화까지 포함해 모든 사회적
'개꼬리 현상'에 현혹당하지 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