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에 대한 정면 도전. 요즈음 프랑스 사상계는 피에르 부르디외
(68·사회학)로 날이새고 날이 진다. 자크 데리다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는 부르디외는 98년 사회학과 철학 등 사상계의
중심으로 떠올라 있다.
모든 논쟁이 그의 주변을 맴돌면서 최근들어 르몽드, 르피가로, 누
벨옵세르바퇴르 등 주요 인쇄매체들이 부르디외 특집을 펼치고 있는 것
은 물론이고, 최대 국영채널인 프랑스2-TV는 그와 1시간짜리 대담을 내
보냈다.
부르디외의 저술들은 이 사회를 설명하는 도구로 '지배하는 자'(도
미낭)에 저항하는 '지배받는 자'(도미네)의 이분 구도를 설정한 다음
'투사 정신' 혹은 '전투적 태도'가 이데올로기의 내용 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그에 따르면 '세계화'는 도미낭의 도구이며 따라
서 유럽통합의 기초가 되는 마스트리히트 조약도 도미낭이다.
브르디외 예찬론자들은 그를 사르트르 이후 최대의 인본주의적인 참
여 사상으로 평가하고있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그의 폭력성과 정치성을
비판한다.
특히 지난달 말 '남성의 지배'(쇠이으 출간)를 펴내면서 부르디외가
다시한번 언론의 초점이 되고 있다. '상속인'(1963), '세계의 비참함'
(1993)으로 이미 나라 안팎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던 그는 불과 1년
사이에 가장 많이 읽히고 주목받는 학자가 돼 있다.
단일 사상(팡세 유니크)에 대항, '앙티-팡세 유니크'의 선봉으로 추
앙받는 부르디외는 현재 세계질서를 재편하고 있는 이데올로기, 즉 신
자유주의에 혼자서 맞싸우는 전사가 돼 있다.
95년12월 프랑스의 공무원 총파업이 진행될 당시 부르디외가 파업자
들의 편에 섰던 이유도 같은 사상적 배경을 갖고 있다. 당시 알랭 쥐페
우파 정권의 사회보장 개혁에 반대했던 그는 금년들어 '프랑스 지식인
의 12월'(98년4월)을 펴냈다. 실직자, 하위직 공무원, 제3계급 지식인,
게이, 레즈비언등 그가 "전투적 태도"로 공동의 망을 구성하려는 부문
은 광범위하다.
부르디외에 대한 공격도 만만치 않다. 학술지 '에스프리'는 '부르디
외 방식의 민중주의 혹은 경멸의 유혹'(98년7월)이라는 글로 반격에 나
섰다. 한때 부르디외의 제자였던 자니 베르데-르루(여)도 최근 '학자와
정치'(그라세 출간)라는 책을 펴내 부르디외의 약점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올리비에 몽쟁, 조엘 로망, 알랭 핀킬크라우트, 베르나르-앙리
레비등 사상계의 또다른 스타들이 비판론자들이다.
부르디외의 애독자들은 영국 신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프랑스 사회
당의 리오넬 조스팽, 독일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 최근 유럽
대륙을 새롭게 지배하고 있는 중도좌파 정치세력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다. 이러한 '사회적 자유주의'(소시얼 리버럴리즘)가 집권 이후를 제시
할 수 없다고 생각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해결의 단초를 궁극적으로 부르디외에서 발견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누벨옵세르바퇴르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