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왝 더 독'(Wag The Dog·12일 개봉)은 '꼬리가 개를 흔든다', 즉 본
말전도를 의미한다. 소녀 추행 스캔들에 몰린 미국 대통령이 국민 눈길
을 돌리려고 알바니아 침공을 조작한다는 이야기다. 우연찮게도 최근 클
린턴 섹스 스캔들에 수단과 아프간 폭격이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왝 더 독'은 미디어 조작을 통한 중우정치를 황당하면서도 통렬하게
풍자한 코미디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설득력 유무를 따지기란 우스운
일이다. 대통령 측근(로버트 드 니로)이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더스틴 호
프먼)를 동원해, 있지도 않은 알바니아 침공을 TV 화면 조작으로 뉴스화
하고, 사이코 범죄자(우디 해럴슨)를 전쟁 영웅으로 만든다. 조작자들은
죄책감이 없다.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기만 하면 만사
OK다.
'왝 더 독'은 '영화가 쇼인 것처럼 전쟁도 정치도 쇼'라는 메시지를
극명하게 내세우면서 할리우드 영화판까지 싸잡아 조소한다. 형식도 효
율적이다.
영화엔 대통령이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 핵심이나 정치판 움직임은 보
여주지 않은 채, 조작극을 벌이는 주변 인물과 과정만 묘사한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인 톤이 단조롭고, 상업영화로는 지루한 면도 없지 않다. 미
국 정치상황에 익숙지 않은 관객에겐 썰렁한 부분도 없지 않겠다.
배리 레빈슨 감독은 '레인맨'이나 '굿모닝 베트남'에서처럼 걸쭉한
입담을 퍼붓는다. 두 주인공은 시종 상스런 표현으로 미국 대통령을 욕
하고 경멸한다. 다이어 스트레이트 리더인 마크 노플러의 기타 연주가
영화 내내 잘 어울렸다. 조작 공모자로 출연한 컨트리 싱어 윌리 넬슨
노래도 즐겁다.
(* 오태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