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정우 같이 불행을 당하는 친구가 생기지 않도록 해주세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광초등학교 3학년 2반 토론 시간. 담임
정효선(25·여) 교사가 마산 교방초등학교 강정우(10)군이
강도들에게 손가락을 잘린 사건을 이야기하자, 아이들은 자신의 조그마한
손을 쳐다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새끼손가락을 구부리거나 연필을
쥐어보기도 했다.

{그 친구는 그림도 못 그리고 밥도 못 먹게 된 게 아니냐}고 혜진(9)이가
말하자, {너무 끔찍하고 불쌍해요} {얼마나 아플까…}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또 {강도를 붙잡으면 손가락 다시 붙일 수 있는 거죠}라고
질문했다가, 정 교사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자 다시 실망했다.
마포구 상암초등학교에서는 교내 방송으로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강도가 들어오면 반항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우가 다니던 마산시 합포구 교방초등학교 3학년 성실반. 정우네 반
친구들은 비상 학급회의를 열었다. 담임 이옥이(이옥이) 교사가 진행한 이날
회의는 온통 [나쁜 아저씨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다. 모두 화난 얼굴이었고,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정우를 걱정했다.

아이들은 정우의 빈 자리를 보며
{경찰 아저씨가 나쁜 짓을 한 아저씨들을 꼭 잡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어린이들을 보호해야 할 어른으로서 차마 아이들의 얼굴을 대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럽다}고 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분개와 자책은 남달랐다. 부모들은 강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치를 떨었다. [아이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껴야 하는 현실]에
스스로를 책망했다.

3학년과 6학년 자녀를 둔 이재숙(이재숙·41)씨는 {아이들이 방과후 둘이서만
집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직장 그만 두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고승철(34)씨는 {[극악무도한 범죄]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것
같다}면서 {각종 범죄의 희생물로 상처받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주부 이미숙(28)씨는 {손가락이 잘린 채 살아가야 할 아이는 물론, 자식을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부모도 고통을 겪을 것}이라면서 {몇십만원 때문에 한
가정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좋은 아버지의 모임] 대표 나원형(나원형·38)씨는 {폭력영화에서나 나올
만한 일이 실제로 벌어져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면서 {조속히 범인을 붙잡아
제2, 제3의 모방범죄를 막는 게 어른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 서울=이지형·jihyung@chosun 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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