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으로부터 받은 정보로는 미사일이 틀림없는데 미국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 4일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뒤 미국이 '조사중'
이라며 한동안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자 국방부 한 관계자는 이렇게 푸
념했다. 그런 국방부는 미국의 공식발표가 나온 뒤인 9일에야 공식 논
평을내 미국에 절대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북 정보 능력의 한계를 보여
줬다.
이 관계자의 푸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 군이 북한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휴전선으로부터 40여㎞가 고작이다. 평양 등 휴전선 40㎞
이북지역에 대한 영상정보는 미 첩보위성이나 정찰기 U-2기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통신감청이나 인간정보를 이용할 수도 있으나 극히 미미할 뿐이다.
지난달 31일 대포동1호 미사일 발사부터 탄착까지의 과정도 미군 정보
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터다.
인공위성 논란 과정에서 이처럼 높은 대미 의존 문제가 언론과 여론
의 도마 위에 오르자 군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문제의
본질은 예산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년부터 본격 추진될 예
정이었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사업도 IMF에 따른 예산삭감으로
전면 유보된 상태다.
북한에 대해 완전 열세로 돌아선 지대지 미사일의 경우도 투자 부족
및 자주국방 의지 결여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8년 사정거리 1백80㎞의 첫 한국형 지대지 미사일 '백곰'을 시험발
사하는 데 성공했을 때 북한에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사정거리 1백80㎞로 제한한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
에 발목이 잡혀있다. 그 사이 북한은 사정거리 2천㎞대의 미사일을 만
들 수 있게 됐는데도 말이다.
정부는 90년대 들어 자주국방이라는 용어 대신 '한국방위의 한국화'
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독자적인 판단력도 기술도 없는 상
태에서 한국방위의 한국화가 어떻게 가능할지 새삼 의문이 드는 시점이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