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줄 자금이 고갈돼서인가, 정말 중남미 상황을 낙관하고 있기
때문인가.".

세계 금융위기 관리를 자처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중남미 국가
들의 자금지원 요청에 알맹이 없는 격려성 발언만 내놓고 있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와 중남미 9개국, 미국 및 캐나다 재무장관들
은 지난 4일 미 워싱턴에서 긴급 회동했다. IMF와 미국 주도 아래 아
시아-러시아위기의 중남미 파급 효과에 대비한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
해서였다. 하지만 이 회의는 별다른 결론없이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
다. "중남미는 괜찮으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지원할 것"이라는 원칙
적 선언만 채택됐다.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이달말 워싱턴에서 개최
되는 IMF 연차총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하는 데 그쳤다.

캉드쉬 총재는 "남미 증시가 폭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 자체
는 올바른 궤도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지속적 경제성장을 낙관했
다. 그는 "무디스가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의 외화표시 채권 등급을 하
향 조정했지만, 양국이 적절한 경제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조만
간 신용등급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재무장관들 역시 "무디스의 무책임한 등급조정이 중남미
전체 금융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각국이
단호하고 효과적인 조치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중남미 14개국 정상들은 파나마시티에서 IMF
등에 긴급자금 지원을 촉구, 워싱턴 회동 결과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
다. 중남미 증시는 지난 주말 워싱턴 회의때 나온 대책 강구 언급과
는 관계없이 거의 일제히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IMF가 중남미 상
황을 낙관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관리능력이 없어 손을 놓아버릴 수
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