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직 대통령 풍자에 청와대·대검까지 조사 나서 ##.

지난 8월12일 서울의 한 인터넷 서비스업체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신모 검사 명의의 가입자 조회 공문이 날아들었다. "수사상 필요하니
이 서비스업체에 가입해 있는 한 가입자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가입
일 등을 알려달라"는 은밀한 요청이었다.

어떤 중한 범죄자이길래 대검 중수부까지 나선 것일까?.

하지만 엉뚱하게도 대검이 조회를 신청한 인물은 지난 8월7일 청와
대 홈페이지(www.bluehouse.go.kr)의 패러디(parody.풍자) 사이트(mem
bers.tripod.com/∼vitaminC/index1.html)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던
대학생 조모씨(27)로 밝혀졌다. 조씨는 감히(?) 나랏님이 사시는 청와
대를 '청기와'라는 이름의 한식당으로 바꾸는 바람에 대검의 내사 대
상에까지 오른 것이었다.

패러디 사이트란 유명한 홈페이지의 모양을 그대로 베뀐 뒤 그 내
용을 풍자적으로 꾸며놓은 사이트. 인터넷이 일찍 발달한 미국에서는
지난 96년부터,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급격히 유행하고 있다.

조씨가 만든 청와대 패러디 사이트는 이중에서도 정치 패러디 사이
트로 분류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사실상 이 분야에서는 처음이다.

당초 조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것은 청와대 공보실이었다. 지난
8월7일 홈페이지를 띄운지 며칠뒤 검색사이트인 야후(www.yahoo.co.kr)
등에 공개되면서 청와대의 안테나에 걸려들었다.

공보실측은 이 패러디 사이트를 발견하고 대검 중수부 정보범죄대
책본부에 공문을 보내 "범죄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
청했다고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밝혔다.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
혐의는 없는지, 하다 못해 명예훼손에는 해당되지 않는지를 알아봐달
라는 요청이었다.

문제의 홈페이지는 청와대를 '청기와'라는 한식당에 빗대고 있다.

'국민의 정부'는 '국민의 식당'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김치국 주방
장', '대통령 일정'은 '주방장 일정'으로 대체해 놓았다. 만면에 미소
를 띄고 한 쪽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는 김 대통령의 머리 위에는 흰
색의 조리모가 씌워져 있다.

대통령의 국정 활동, 주요 국정자료, 대통령 지시 사항, 간행물 등
을 담고 있는 대통령 자료실도 '청기와 메뉴판'으로 바뀌어져 있다.그
곳에는 각종 정책 자료 대신에 비빔밥, 닭 불고기, 갈비구이, 돼지 불
고기,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의 한식 메뉴로 채워졌다. 가격은 비교적
싸서 1천∼1천5백원. 전자우편으로 배달을 신청하면 먹음직스러운 한
식의 그래픽 화면이 날아오게 돼 있다.

이 패러디 사이트가 가장 풍자적으로 묘사한 부분은 역대 대통령
코너. '역대 주방장'이라는 이름의 이 코너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경력
부터 정치적 활동, 업적 등을 요리사에 빗대 풍자하고 있다.

'김빵삼'이라는 이름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울대 철학과가 아닌
'서울 웨이터 학원'을 졸업한 '서빙(serving)의 귀재'로 묘사되고 있
다. 민주식당버스 보이로 시작해 지난 93년 14대 청기와 주방장에 오
른 김전주방장은 '서빙 9단'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지만, 요리 실력
은 형편 없었고 할 줄 아는 건 칼국수밖에 없다 는 게 이 사이트의
평. 저서로 '40대 주방장론' 등이 있다고 적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패러디한 전모·노모 주방장은
같은 육군 취사병 출신. 전 주방장은 "80년 광주지점 식당에서 식중독
으로 인명 사고를 일으켰다"고 설명했고, 노 주방장은 "음식을 만들때
형편없는 재료를 쓰고 남는 돈을 착복해서 땅투기를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10대 청기와 주방장' 최규하 전대통령은 '과묵한 요리사'로 단명
했으며, 윤보선 전대통령은 이름 덕분에 '윤보쌈 주방장'이라는 곱지
않은 별칭을 얻었다.

'닥터 리'라는 별명의 초대 이모 주방장은 배재요리학당을 졸업한
뒤 미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라면조리학 박사를 딴 엘리트였지만 "4.19
식중독 사건으로 실직했다"고 썼고, 사립 대구요리학원과 육군조리학
교를 거친 박모 전직 주방장은 5대에서 9대까지 "혼자서 너무 오래 주
방장을 해먹었다"고 풍자했다.

이 패러디 사이트를 만든 조씨는 "특별히 정치권이나 대통령에 대
한 실망때문에 만든 것은 아니다"면서 "인터넷을 다니면서 본 백악관
패러디 사이트처럼 청와대를 패러디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방학중에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를 내사한 대검은 "전혀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
려 이 사건은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의 한 관계
자는 "패러디 사이트를 어떻게 처벌하겠느냐"면서 "청와대에도 이같은
결론을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보호센터의 검찰 파견 수사관인 정모씨가 지난 8월14일
이 사이트를 만든 조씨의 집으로 걸어 "청와대는 아직 패러디 사이트
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표현이 너무 심하니 좀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조씨는 이 전화 이후 패러디 사이트를 초보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게 은밀히 숨기는 등 현저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8월15일 패러디 사이트에 올린 한 글에서 "청와대에서
이 사이트의 폐쇄를 종용하거나 불이익을 암시한 적은 없다"면서도
"(이번 일은) 맘만 먹으면 내 개인 신상을 다 까발릴 수 있다는 힘을
보여준 것으로,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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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 패러디 사이트
클린턴 '지퍼게이트' 최고 인기
"대중의 정치적 의사 표현"…96년 대선 이후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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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패러디 사이트, 그중에서도 정치 패러디 사이트는 지난
96년 미국대선 당시부터 급격히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클린턴은 물론, 밥 돌, 팻 뷰캐넌 등 당시 출마
를 선언한 후보들이 뿔달린 도깨비나 포르노 배우 등의 모습으로 잔
혹하다할 만큼 풍자를 당했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 법의 메스를 갖다댄
적은 없다. 한 미국 시사평론가는 "패러디 사이트는 언론 자유의
한 증거 라면서 그 자체가 대중의 정치적 의사의 표현으로 봐야 한
다"고 말한다.

패러디의 대상은 물론 현직 정치인 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린턴 대통령의 지퍼게이트 이후 루즈벨트, 케네
디 등 미국 역대 대통령 7명이 스캔들 때문에 "팬츠프리 프레지던트
(Pants-Free President)"라는 한 패러디 사이트의 풍자 대상으로 떠
올랐다.

비교적 카리즈마적 성격이 강한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도 최근 들어 패러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
다. 현직 클린턴 정부의 관료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나 제
닛 르노 법무장관도 힘센 장사 등으로 패러디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스캔들로 휘청거리는 클린턴 대통령 만큼 많은 패
러디 사이트를 가진 정치인은 없다. 그는 마치 "장난감"이라고 할정
도로 대중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백악관(www.whitehouse.gov)과 인터넷 주소가 비슷한 한 패러디
사이트(www.whitehouse.net)는 대통령 자리에 힐러리를 앉혀 놓고
영부인자리에 클린턴을 올려놓아 '힐러리의 치맛바람'을 비꼬고 있
다.

최근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을 비꼰 패러디 사이트는 수십
개에 이를정도. 여기서 클린턴은 때로는 포르노 배우나 호색한, 때
로는 마마보이 등으로 등장한다. 이중 대표적인 '위클리 폴리티클'
(WeeklyPolitickle)이라는 한 패러디 사이트는 양변기 위로 고개를
드는 클린턴의 모습, 여전사의 모습을 한 힐러리 여사 등을 패러디
한 사진 수십장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