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탕' 원조는 아랍의 '함맘'…건전한 대중휴식공간 ##.
묵직한 나무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자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나무에서 나는 냄새였다. 벽을 따라 있는 나무벤치에
걸터 앉았다. 나무의 그 단아한 색깔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
힌다. 벽면에는 자작나무 가지 한다발이 걸려 있다.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는 향내는 그 나무에서 나오고 있었다. 눈에 와 닿는
것도 코끝에 와 닿는 것도 모두 나무다. 몸에서는 어느새 땀이
흘러나오고,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핀란드 여행중 헬싱키 교외에 있는 정원도시 타피올라를 찾았
다가 맛본 오리지널 사우나의 참맛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핀란드 하면 떠올리게 되는 사우나도 실은 그곳이 처음
유래했던 곳은 아니라고 한다. 그들도 어디가 고향인지 모른다며
그냥 "사우나라 하지 말고 '핀란드식 사우나'로 불러달라"고 주
문했다.
그러면 핀란드식 사우나의 특징은 무얼까. 실내가 조용하며
장식 또한 심플한 데다 무엇보다도 건식 사우나는 섭씨 80∼1백
도나 되어 땀을 내는데 아주 효율적이다. 그곳에서 만난 한 사람
은 "건식 사우나에서 땀을 충분히 낸 다음 샤워장으로 가서 씻어
내고 곧장 옥외 수영장으로 가 수영을 하는 것이 사우나를 즐기
는 방법"이라고 일러줬다. 여름이 유난히 짧은 핀란드에선 겨울
에도 옥외풀장에서 수영을 즐긴다고 한다.
북유럽 사람들은 짧은 여름동안 사우나를 잠시 잊는다. 물 맑
고 햇살이 고운 에게해 해변을 감상하고 있을 때, 여름휴가를 즐
기기 위해 먼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북유럽 사람들을 만날 수 있
었다. 겨울이 길어 햇볕에 노출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에게의
바다에 백사장에서 햇볕을 받아들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반면 더운 곳에 사는 아프리카인들은 비록 가까운 곳에 시원
한 강물이 흐른다 해도 절대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물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물기가 증발하게 된다. 그런데 바깥 공기
가 워낙 뜨겁다 보니 물기가 삽시간에 증발하며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리는데 생명을 잃을 우려까지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곳의 사람들에게는 이렇다 할 목욕문화가 없다.
목욕문화를 크게 발달시킨 민족으로는 일본인과 아랍인을 꼽
을 수 있다. 일본인들이 흔하게 널린 온천을 이용하여 특이한 목
욕문화를 일궈냈다고 한다면, 아랍인들은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
기 위해 나름의 목욕문화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아랍인들은 항상 모래바람을 맞으며 살아가야 했기에 몸의 청
결은 생존의 필수조건이었다. 그런데다 그들의 삶이란 원거리 무
역형태인 캐러번(대상)으로 상징되는 이동문화여서 이동에서 오
는 피로를 풀기 위한 시설이 필요했다. 이런 것들이 아랍식 목욕
탕인 '함맘'(Hammam)의 발달을 가져왔던 것이다. 그래서 전통 이
슬람 도시에는 수크(시장)와 칸(여관), 그리고 함맘은 반드시 갖
추어져 있다.
시리아의 고도 알레포를 지나다가 함맘을 찾았다. 외관은 대
리석 벽돌로 지어져 견고해 보였고 내부에는 넓은 탈의실과 휴게
실이 있었다. 손님들은 물담배와 차를 마시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속으로 아라베스크 음악의 선율이 잔잔히 흘
렀다. 함맘에는 아랍문화가 집약돼 녹아 있었다.
목욕실은 원형구조였는데 천정은 하늘을 닯아 반구형이었다.
거기에 마치 별을 그려놓은 듯 구멍이 뻥 뚫려 있어 환풍과 조명
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런데 정작 뜨거운 물을 담아놓는
큰 욕조는 보이지 않았다. 여러개의 수도꼭지와 개인용의 작은
수조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욕실의 손님들이 모
두 맨몸이 아니라는 것이다. 긴 타월을 감아 국부를 가리든지 아
예 팬티를 입고 있었다.
골란고원 아래에 있는 요르단의 작은 마을 '함메'란 곳에서
실내 온천장을 찾았을 때도 모두 팬티차림이었다. 아랍인들은 절
대 맨몸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곳에선 남탕과 여탕을 따
로 두지 않지만 대신 이용시간으로 남녀를 분리한다.
함맘에서는 손님이 원하면 비누칠이나 지압을 해 주는데 그들
의 지압법은 특이하기도 하거니와 피로를 몰아내는데 효력을 발
휘했다. 하지만 우리처럼 때를 미는 사람은 없다.
함맘은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갖고 아랍·이슬람 문화의 기둥이
되어 왔으나 우리에게는 어쩐 일인지 '터키탕'으로 잘못 알려졌
고 이미지또한 좋지 않다. 원래 터키탕이 알려진 것은 15세기 비
잔틴제국을 쓰러뜨리고 일약 이슬람의 강자로 부상한 오스만 투
르크가 함맘을 보다 웅장하고 아름답게 짓고 발칸반도를 비롯한
그들의 세력권에 이를 확산시킨 다음부터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해괴하지도 음란하지도 않은
곳이다. 깨끗하고 건전한 휴식공간이었으며, 생의 활력을 재충전
하는 사막속의 공중 목욕탕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