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변의 대규모 지하시설 공사와 관련, 외교통상부가 25일
국회에 제출한 주요 현안보고서 내용의 핵심은 {이 시설이
핵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은 되나, 아직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다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순영(홍순영) 외교통상부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위에서 이같은 보고서 내용을 부인했다. 홍 장관은
{이 시설이 지하 벙커 또는 지하 저수지, 지하발전소일
가능성이 다 있으므로, 어떤 한 목적, 특히 핵과 관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직 이 시설이 핵과 연결돼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외통부측은 이날 밤 뒤늦게 [핵시설로 추정된다]는 보고서
표현이 잘못된 것이라며, {추정이라는 표현은 추측,
의혹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추정이라는 말을 쓰려면 50% 이상의
가능성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10% 가능성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지만 아직
추정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의문점이 남는다. 우선 이처럼 예민한 안보사항에 대해
외통부가 [실수]를 했다는 해명 자체가 설득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미 양국은 2년여에 걸친 추적 끝에
이곳에 냉각수용 저수시설과 통풍구, 배수로 시설 등도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 등 이것이 핵관련 시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정황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같은 시설들로 미루어, 미북
제네바합의 때 중단키로 했던 2백MW 원자로를 옮겨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이것이 핵관련 시설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한미양국이 그 처리와 조치에 고심해
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은 지난 8월 초
한미고위협의회 때도 이 문제를 협의, 미북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측이 이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일차 북한측에 거론하기로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가 이처럼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확실한 [증거]가 포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제가
이슈로 부각될 경우에 불거질지도 모를 난점들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제네바 미북 합의 위반여부를
놓고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져, 자칫 남북관계가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북한을
달래기 위한 대북지원과 중유비용 분담 압력이 우리측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