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를 둘러싼 파업농성이 끝나고 조업이 재개된 25일. 현대자동
차 울산공장의 풍경은 5년 전 대규모 총파업이 있던 때와 비슷한 모습이
었다. 국내 최대, 세계 13위 자동차회사란 규모와 걸맞지 않다고 느껴지
는 단아한 흰색 4층짜리 본관, 8월의 더위를 누그러뜨리는 본관 앞 잔디
밭, 파업 때마다 공장을 집어삼킬 듯한 투쟁구호를 묵묵히 삼키는 크고
작은 나무가 어울어진 미니숲….

외관은 변함이 없지만 그 새 매출액은 7조2천억원에서 11조6천억원으
로 증가하고, 몇차례 파업을 극복하는 등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특히
첫 정리해고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노사갈등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잠정 합의안에 아쉬움은 많죠." 오전 7시40분쯤 한달여 만에 정문을
들어서던 한 근로자의 말에서 정리해고를 둘러싼 장기간의 파업농성을
치렀던 대다수 임직원들의 안타까운 감정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현대자동차 노사를 옥죄고 있는 상황은 단순히 정리해고
에 따른 내부의 노사갈등만이 아니다. 국외에선 독일의 다임러 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합병하고, 국내에선 자동차업계의 재편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등 안팎의 상황은 한치의 방심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한때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엑셀 신화를 창출하는
등 한강의 기적의 상징물처럼 인식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출
부진과 내수침체로 가동률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
다.

파업이 끝난 지금, 현대자동차 종사원들이 냉철히 되새겨볼 사항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만 했는가'란 점일 것이다. 정리해고를 둘러싼
파문은 곧 현대자동차와 우리 경제의 위기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현대자
동차가 이번 정리해고의 갈등을 치유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가는 노
사가 이 위기를 함께 타개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제 더이상 우물쭈물하지 말고 노사가 힘을 합쳐 열심히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5일 오전 힘차게 출근길을 재촉하던 의장1부 박종섭
씨의 말에서 회사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종업원들의 새 마음을 느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