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고객관리팀 김희선(26)씨는 7월초부터 같은 호텔 조리팀
김창헌(27)씨에게 요리를 배운다. 크림수프 끓이는 법부터 시작해 식
초와 올리브유를 섞어 드레싱 만들기도 마쳤다.

요즘엔 해산물 샐러드와 치즈 치킨 커틀렛처럼 제법 그럴싸한 요

리 흉내도 낸다. 1주일에 한번씩 일과후 받는 요리강습 덕분이다. 코

넬대 출신인 김희선씨는 '요리 스승' 김창헌씨에게 대신 영어 회화를

가르쳐준다. 김창헌씨는 "학원 오가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동료에게

성의있는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서울 신라호텔에는 이런 '품앗이 과외공부'가 유행이다. 자녀 과
외나 육아 품앗이에 이어 작년말 경제한파 이후 각광받는 신종 품앗
이다. 얄팍해진 월급봉투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샐러
리맨은 학원비를 줄일수 있어 대환영이다. 6월부터 이런 품앗이에 참
여한 직원들이 1백여명이 넘는다. 영어, 일어부터 칵테일 만들기, 요
리, 인터넷 배우기, 헬스까지 종목도 다양하다. 한 종목 2개월로 기
간을 정해 과정을 마치면 기본 실력은 갖추게 된다.

호텔 전산실 황진호(33) 대리는 프랑스 식당 라 컨티넨탈 바텐더
김학수(28)씨에게 칵테일 만드는 법을 배운다. 카카오나 피나콜라다
같은 손쉬운 칵테일이나 여성들이 좋아하는 싱가폴 슬링은 그럭저럭
만들어낸다.

"집에서 손님 접대할 때, 솜씨를 발휘해보려고 배운다"는 황씨는
내친 김에 바텐더 자격증까지 도전해볼 생각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세상이니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두면 든든할 것같기 때문이다. 대신
김씨는 황씨에게 인터넷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정보검색 프로
그램 '야후'를 통해 해외 칵테일 정보도 손쉽게 접하게 됐다.

"전문가 뺨치는 동료들을 두고, 딴 데 가서 돈 쓰고 배울 필요 있
나요. 더구나 요즘 같은 IMF 시대에 말이에요.".

어려운 시대를 넘기는 샐러리맨들지혜가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