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질문에 둘러대거나 농담하지 마세요" ##.

MBC 임성훈입니다·부산방송(PSB) 접속 사이버시티 출연, 부산매일
고정칼럼 기고, 내일신문 부산 성교육센터 강의, 부산·서울 성상담소
상담, 집에 모여 같이 자며 놀기로 한 중학교 2학년짜리 외동아들(14)
과 친구들 밤참 마련해주기….

내일신문 성교육센터 구성애(43) 소장은 지난 일주일(2∼8일)을 이
렇게 보냈다. 물론 이것이 스케줄의 전부가 아니다. 아침 일찍이나, 밤
늦게 개인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에 대해 상담을 해주고, 출간 준비중인
책의 원고를 다듬기도 한다. 그래서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부산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갈며 자고, 대전에서
열차를 타고 집에 오다가 코를 골고 자면서 부족한 잠을 보충합니다.".

구 소장은 "요즘은 반듯이 이부자리에 누워 잠 자는 시간이 평균 3시
간 남짓"이라고 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바쁘게 만들었을까. 그의
'독특한' 성교육 강의 때문이다. TV 출연이나 출장 강의, 내일신문 성
교육센터·여성센터 강연 등 거의 대부분이 성교육 관련이다.

그의 강연에는 왜 '독특한'이란 수식어가 붙을까. "성교육 강의에
남과 다른 것이 뭐냐"고 그에게 물었다. 대답이 총알처럼, 강물처럼 쏟
아졌다. 질문 후 대답이 나오기까지 2∼3초도 안 걸렸다. "지식이나 행
위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예요. 성에 대한 지식·상식외에 가치관과 방
향을 알려주며, 실제적인 기준과 전망을 제시하는 점이 다르다고 생각
해요." 대답이 '강물처럼'이라고 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렇게 시작한
얘기는 10여분 이상 계속됐다. "어리거나 나이가 지긋하거나, 또 남자
거나 여자거나 대부분 사람들의 성지식은 아주 부분적이고 잘못된 관점
에 입각해 있어요. 예컨대 아주 심각한 성만 있거나 장난감 같은 성만
있지요. 즉, 쾌락적이거나 엄격한 통제적 관점에서만 성을 보지요. 이
관점을 성을 어두운 것으로 보게 하거나 왜곡시킵니다.".

◆ "성문화는 사회의 건강성과 직결"
구 소장은 이런 맥락에서 아이들이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여자는
왜 앉아서 오줌을 눠요"는 등의 질문을 할 때 부모들이 적당히 둘러대
거나 농담식으로 넘기지 말 것을 권했다. 백지와 펜을 들고 진지하게
정자와 난자를 설명해주고, 그림을 그려가며 남여 신체기관의 차이도
알려주라고 했다. 이런 교육방식은 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다.

"성은 생명과 사랑, 쾌락의 세가지 관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성
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건강한 인류의 맥을 이어가는 책임감으로서 생명
의 신비스러움, 한 생명과 생명이 만나 또다른 생명을 잉태하는 사랑의
속성 등이 담겨 있어요. 이 경우 성은 밝고 아름다운 것이 됩니다…."
세가지 관점을 조화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의 성 이야기는 '아기가 어떻게 생기나'·'피임법' 등을 알려주는
단순한 생리적 혹은 생물학적 내용에 머물지 않는다. 사회적이고, 인류·
심리학적이며 때로는 정치적, 철학적인 성격도 띠고 있었다. 그는 "성
관념·성 문화는 단순히 성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과 사
회 문화의 건강성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의 전공은 간호학. 연세대 간호학과 75학번이다. 전공이 강연에 사
용하는 여러 소재들과 그리 큰 관련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다 배운거냐"고 우문을 던졌다. 그가 말한 독특한 강연의
비결은 인생 역정. 구 소장은 대학시절 운동권(?)이었다. 그때 마음에
정한 장래 진로는 농민운동가. 전공을 살리고 농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아기를 받는 조산에 눈을 돌렸다.

이 길을 가기 위해 79년 졸업후 부산으로 내려와 동구 좌천동 일신
기독병원에서 조산과정(1년)을 이수했다. 가족이 모두 서울에 있었던
그는 부산에 홀홀단신으로 내려왔다. 일단 보통 여자(?)가 아님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결혼 등 여러가지 사정으로 농민운동가의 꿈을 잠시 접었다.

조산 과정을 마친 후 부산에서 6년간 조산 일을 했다. 산부인과 전
문병원, 준종합병원, 개인병원 등에서 근무했다. 그는 "6년간 내가 받
은 아기가 3천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생명의 신비, 성의 중요
성 등을 깨달았다. 출산과 낙태, 유산, 그로 인해 여성들이 받는 육체
적·정신적 영향….

그는 "낙태는 여자의 육체적 건강을 해칠 뿐아니라 크나큰 정신적
상처를 남기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래서 출산하는 아이를 받을 때
마다 고맙고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또
중간 중간에 조산 일을 그만두고 소재 가톨릭 여성농민회, 구로공단 혹
은 부산지역 노동운동 단체 등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 활동에서는 성에 대한 사회·인류·심리 등 여러 측면에서의 접
근이 이루어졌다. 전공을 살려 여성 농민·근로자들의 산후조리 문제등
성과 관련된 문제도 상담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일
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본업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꼭 환경과 경험 덕분
만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연구도 했다. 동서양 성 문화의 역사, 성 문제
와 사회구조의 관계, 청소년 문화의 변천, 사회 풍속도 변화, 성에 대
한 인간의 심리, 유전공학, 양자역학….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여섯번이나 읽었을 정도다. 신문도 꼼꼼히 본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알아야 하는 탓이다. 또 풍부한 상담-교육 경험이 더해지면서 생리학·
해부학 이야기를 구연동화처럼 할 수 있게 됐다.

처음 강연에 나선 것은 87년. 성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에 달변이
어우러지면서 그의 강의는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초기 노동단체·대학
교등에서 시작된 강연 신청이 언론기관·기업체·학교·단체 등지로 확
대됐다.

최근 2∼3년전부터는 출장강의가 연간 4백회를 넘고 있다. 매일 1차
례 이상 성교육 강의를 하는 셈이다. 12년간 총 강연수는 3천회를 넘는
다. 그의 강의는 직설적이다. 포르노 비디오 등에 노출된 요즘 아이들
의 영악함과 잘못된 성관념에 빠진 어른들의 완고함을 깨뜨리기 위해서
다. 그는 대체로 날렵한 핸드백 대신 펑퍼짐한 가죽 가방을 들고 강연
장에 나타난다. 키 1백50㎝에 약간 통통한 체격. 거의 화장도 하지 않
고 수수한 옷차림을 즐긴다.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모습이다.

이 친근감은 수강자들에게 푸근함을 준다. 푸근함은 수강자들이 마음
놓고 공격하게 만들어 준다. 성을 음담패설이나 금기의 대상으로만 여
기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솔직한 대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강연장을 '기 싸움터'라고 표현했다.

◆ 중학생 상대 강의가 가장 힘들어
강연에 있어 그의 첫 전략은 기선 제압. 중·고등학교 강연에서는
"이론이 뭐 필요하나. 체험 삶의 현장으로 하자"고 딴죽을 거는 학생들
이 꼭 있다. 질문도 "포르노 비디오에서 여자들이 왜 신음소리를 크게
내느냐"는 등 야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이중에 경험많은 사람이 있나 보지. 누구야"는 질문을 던
진다. 학생들은 장난스레 "쟤예요"하고 한 학생을 고른다. 이어 그 학
생을 강단으로 불러 올려 "체험 삶의 현장이 뭐냐"를 설명하라고 시킨
다. 십중팔구 이 학생의 답은 성 관계에 국한된다.

그러면 "그 결과는", "아기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 "사람이 생명을
마음대로 죽여도 되나" 등의 질문을 퍼부어 그 학생의 혼을 뺀다. 이제
그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너희들이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백분의 1도 안돼"라며 얘기를 풀어간다. 아이들이 성을 단순
한 행위와 쾌락으로 보는 관점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때쯤이면 작은 눈이 빛나면서 그의 모습은 특유의 강단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는 "갈수록 힘들다"고 말했다. 1∼2년전 중학교 3학년에 했던
강의방식을 이제는 중학교 1학년이나 초등학교 6학년에게 해야 하는 등
아이들의 성 관념이 하루가 다르게 조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
학생의 경우가 가장 힘들다는 것이 그의 진단.

구 소장은 "중학생들이 포르노 비디오 등에 무비판적으로 몰입, 성
을 오로지 오락이나 쾌락으로 보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며 "이를 고
치기는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은 "초등학교 3∼4학년부터
성교육을 철저히 시키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이 주장을 실천하
기 위해 내일신문성교육센터 등에서 교사·학부모를 위한 성교육 강좌
를 개설하고 있다.

또 성교육에 있어 남성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 구 소
장은 그 이유를 "아빠가 나서면 보다 효과적인 성교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기업체 등의 강연신청을 대환영한다. 인터뷰를 마친
구소장은 "접속 사이버시티 출연 준비를 위해 부산방송으로 가야한다"
며 펑퍼짐한 가죽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지하철역으로 총총히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작지만 생기가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