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동 은빛마을 익명의 독자 2천만원.'.

11일자 본지 2면 수재의연금 기탁자 명단중 유난히 눈길을 끈 부분이
다. 10일 '어느 할머니가 남긴 용돈'이란 기사에 소개된 것처럼 1천여만
원을 익명으로 맡긴 일가족에 이어 두번째 거액의 익명기탁자다.

자신의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이 돈을 맡긴 사람은 고양시 화정
동에 사는 A씨.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최근
귀국했으나 IMF구제금융사태로 직장을 아직 구하지 못한 자칭 '실업자'
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어렵게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직장도 없는데 무
슨 배짱으로 거금을 쾌척했느냐"고 묻자, 그는 "수재민을 위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도 있는 금액을 냈을 뿐"이라고 답했다. 수재의연금
을 내기전 상의한 부인도 흔쾌히 동의했다는 그는 "수년간 직장생활을
통해 저축한 돈이바닥났지만 아무런 미련이 없다"며 웃었다. A씨는 통화
가 길어지자 "나를알리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며 "하루 빨리 수해복
구가되기 위해 힘써달라는 내 뜻만 전하면 그만"이라며 일방적으로 전화
를 끊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으면서도 희망을 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