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북한을 다룬 TV프로그램 방영이 늘고 있다. KBS
1TV는 9일 저녁 '일요스페셜 솔런 호아스 기자의 평양일기'를 방영
했고, SBS TV는 10일부터 5부작 '김승규의 평양리포트'를 내보내고
있다.
호주서 활동중인 노르웨이의 여성 다큐 작가 솔런 호아스가 97년
제작한 '평양일기'는 비교적 객관적 시각을 견지하려는 다큐 정신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그녀는 다큐 초반에 "평양은 보여주기 위한 도
시 같았다"는 말을 했다. 그러고는 카메라에 담지 못한 평양에 대해
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평양 중심가의 2곳 외에는 볼품없는 지하철역을 촬영할 때 제복
입은 여성이 제지했던 일이나, 숙소에서 나와 새벽 산책을 할 때 그
녀를 미행하던 남자들에 대해 "나는 촬영하고 싶었지만 카메라를 뺏
겨버릴것 같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이 백두산 오두막이 아니라 하바로프스크에서 태어
나지 않았냐"고 안내원에게 묻기도 했고, "김정일이 그의 아버지 김
일성과 영화를 감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혼란스러웠다"는 말
도 했다. 또 스스로 북한정권 홍보수단으로 전락할까 우려해 북한체
제 붕괴를 점치는 한 탈북자의 인터뷰를 삽입하기도 했다. 심지어
"어느 날인가 누가 내 냉장고에 반쯤 담긴 음료수 한병을 넣어 두었
다. 나는 그것이 안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생명위협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남북한 당국의 공동승인을 받아내 국내 방송제작진
으로는 처음 방북 취재를 해 만든 '평양리포트'는 지나치게 북한당국
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10일 첫회에서 '평양리포트'는 김일성 생가를 방문하고, 김일성화,
김정일화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소개된 냉면집 옥
류관, 평양 지하철 등도 카메라에 담았다. 김일성 부자에 대한 '지루
한' 안내 필름을 제외하면, 우리 시청자에게 새로운 대목은 별로 없
었다.
이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포맷이 아니라, 진행자와 패
널리스트가 나와 필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으로 구
성됐다. 단지 8일간, 북한측 안내로 취재한 북한을 50분 5부작으로
과잉편성하다 보니 지나치게 내용을 늘린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
온다.
북한을 가장 자유롭게 취재해온 서방 언론은 CNN이다. 이 방송은
필리핀 마르코스, 리비아 카다피, 쿠바 카스트로 등 독재자들을 특종
인터뷰, '독재자의 입'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세계 독점'이란
유혹에 못이겨 독재자 프로파간다를 가감없이 보도했다는 지적을 받
았다.
일부 언론사는 방북 취재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중간 브로커에게
지불한다는 소문도 나 있고, 북한 당국은 선별해서 취재신청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지금 우리가 CNN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닐까. 제2의
방북취재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스포츠 아트'가 후속 프로를 의
식, 북한측을 의식해 프로를 꾸몄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평양
리포트'를 포함한 앞으로의 방북 취재 프로그램들은 '평양일기'처럼
최소한의 비판의식을 회복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