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4일(현지시각) 다시 한번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 대해
'노(No)'라고 말했다.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이날 백악관 변호
사들의 연방대배심 증언을 유예해달라는 백악관의 요청을 기각한 것이
다.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전날밤 백악관측이 부랴부랴 유예 요구를 한
지 불과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법률 분쟁
의 초점은 국민의 세금에서 월급을 받는 백악관의 법률고문들이, 민간
에서처럼 '변호인과 사건 의뢰인간의 비밀보장 특권'의 대상이 되는가
에 있다.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 법률 고문들
과 의논한 내용에 대해,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증언을 요구하면서
불거진 논쟁이었다.
미국 항소법원은 최근 이를 기각하며 '증언'을 명령했고, 이의 집
행을 유예해달라는 요청마저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거절한 것이다.
법원에 대한 백악관의 '악몽'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백악관은 스타 검사의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행정특권' '경호원 비
밀준수 의무' 등등 온갖 '특권'을 제기했지만, 번번이 법원으로부터
거절당했다. 그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됐다. 대표적인 것이 아칸
소 임시직 출신의 폴라 존스양이 클린턴을 상대로 한 성희롱 사건이다.
백악관은 이와 관련, 현직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직무와 관계된
민사소송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
다.
이 때문에 클린턴은 미국 헌법에서 차지하는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
의 폭을 '최소화'한 인물이라는 호된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단지 스
캔들의 화살을 피하거나, 그 진행을 늦추기 위해 송사를 벌임으로써
대통령직의 신비스러움을 훼손시켜 왔다는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대해 "비난받을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항변했다.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는 특별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실제 미 헌법학자 중에는 스
타 검사를 비판하는 소리도 적지않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를 당장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법원의 거듭된 '노'에도 불구하고 계
속되는 클린턴의 송사가, 후임 미 대통령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 박두식특파원·ds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