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물결은 한 아버지를 삼켜버렸다. 그러나 아버지의 동료와 이름
모를 사람들이 아들을 구해냈다.
1일 새벽 1시쯤 물바다가 된 경남 산청군 지리산 대원사 계곡. 갑자
기 불어난 물로 계곡 상류의 둑이 터지면서 거대한 물줄기가 야영장에
들이 닥쳤다. 야영장에서 텐트를 쳤던 김종국(42·대우중공업)씨는 아들
민수(7)를 등에 업고 산등성이쪽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급류속에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불
어난 물이 종국씨 허리를 거쳐 어깨, 목까지 순식간에 차오르자, 종국씨
는 한 손으로 나무를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 민수를 나무 위로 들어올
렸다.
"아빠!" 외마디 비명을 들은 종국씨 동료들은 물 한가운데 있는 종
국씨와 아들을 보고는 구조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주변에 있던 피서객
들도 달려왔다. 이들은 옷을 이어 던지거나 굵은 노끈은 두세 겹 꼬아
던졌다. 다시 어렵사리 밧줄을 구해 던지기도 했지만, 번번이 급류에 휩
쓸려갔다. 새벽 2시쯤 필사적으로 아들을 받치고 있던 종국씨의 손은 수
면 아래로 서서히 사라졌다.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동료들과 피서객들은 물가의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또 목만 간신히 내놓은 채 공포에 떨고 있는 민수를 진정시키
기위해 눈물을 삼키며 노래까지 불렀다. "마침 차 트렁크에 톱이 하나
있었어요. 지 름이 20∼30㎝ 되는 큰 나무 두 개를 잘라, 민수에게 닿는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을 '임○○'라고 밝힌 20대 남자가 밧줄을
몸에 감고, 통나무 다리 위를 엉금엉금 기어 민수에게 다가갔다. 민수의
코가 물에 잠기는 순간, 임씨의 손이 민수를 낚아챘다. 그제서야 '폭우
가 내리니 속히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친구 동원
씨는 "불과 10여분밖에 안되는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고 말했다.
(*조형래·hrcho@chosun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