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소설 50년사의 '빅 3'로 뽑힌 박경리의 '토지', 최인훈
의 '광장',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현대사의 문학적
형상이란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5부작 전16권으로 꾸며진 '토지'는 한국형 대하소설의 상징적 작
품이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1897년의 한가위'라는 단문이다. 하지
만 두번째 문장'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이후 봇물 터지
듯이 동학혁명부터 8·15 광복에 이르는 근현대사가 펼쳐진다. 주인공
최서희를 비롯 2백여명의 등장인물이 한반도의 남쪽 끝 경남 하동 평
사리에서 저 멀리 북간도에 이르는 광활한 소설 공간을 누비면서 한의
역사와 그 민족적 고난을 이겨낸 생명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소설'토
지'는 한국인의 최근 1백년 역사가 새겨진 거대한 땅 그 자체다.

소설 '광장'은 4·19와 함께 태어난 소설이다. 작가는 60년 10월
이 소설을 발표하면서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털어놓았다.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을 선택하는 주인공 이
명준은 분단과 전쟁, 냉전체제로 이어지는 시대의 중압감에 눌려 '밀
실'에 숨어있다가 모처럼 '광장'으로 뛰어나온 60년대 지식인의 표상
이었다. 소설 '광장'은 이데올로기 시대를 원죄처럼 살아내야 하는 한
국 지식인들의 정신적 상흔을 그림으로써 오늘날까지 '젊은 문학'의
뜨거운 상징으로 우뚝 서있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70년대 고도성장 신화를 창
출한 한국 사회의 음지를 향해 쏘아올린 조명탄이었다. 공단 노동자
가족의 일상을 그린 이 소설에는 부의 분배에서 밀려나 인간적 삶의
질을 보장받지 못한 소외계층의 분노가 배어있다. 하지만 단문과 단문
으로 이어진 이 소설 어디에도 분노의 감정은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
려 소설 문체는 서정적이다. 비참한 상황을 아름답게 그림으로써 오히
려 그 비극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슬픈 아름다움을 가르친 이 소설
은 성장제일주의에 취한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부끄러움도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