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증인 세워라" "담보잡혀라"…그나마 대출금은 '푼돈' ##.
"생계자금 5백만원 대출해준다더니 실은 실직자들 힘빠지라는 소
리로밖에 안들려요.".
3개월전 직장을 잃은 김영일(59·서울 구로구)씨. 김씨는 실직자
들에게 연리8.5%로 생계자금 5백만원을 대출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은
행을 찾았다가 얼굴만 붉히고 발길을 돌렸다.
김씨가 신청한 대출 항목은 근로복지공사가 주관하는 '실업자 힘
내라 대부'. 집을 담보로 잡히면 5백만원쯤은 어렵지 않게 대출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평생 막노동으로 힘겹게 마련한 개봉동의 19평
짜리 연립주택. 1천2백만원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지만 절반은 갚았고
시세도 6천만원쯤 됐다.
하지만 김씨는 은행측의 계산방법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 대출
담당 직원은 은행 규정이라며 시세에서 20∼30%를 먼저 깎았다. 게다
가 대출뒤 김씨가 전세를 내줄 경우에 대비해 방숫자만큼 임차인보호
를 위한 소액보증금 2천4백만원(8백만원×3)을 빼야 한다고 했다. 은
행 계산대로라면 담보로 남는 돈은 4백만원.
"평생 땀흘려 장만한 집이 4백만원이라니, 아예 대출을 못해주겠
다고 하는 게 낫지…. 책상을 뒤엎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관악구 봉천동에 전세들어 사는 이모(44)씨는 김씨보다 더 딱한
경우. 그는 보증인이 없는 실직자들을 위해 다른 실직자를 보증인으
로 세우면 생활안정자금과 주택자금으로 1천만원을 빌려준다는 말을
듣고 법원과 동사무소를 찾아 대출추천장을 어렵게 받았다. 추천장을
들고 찾아간 은행의 설명은 "집 가진 보증인을 대라"는것. 이씨는 은
행 5곳을 돌아다녔지만 같은 대답을 듣고 대출을 포기했다.
실직자가 150만명을 돌파했지만, 그들을 향한 정부의 배려는 여
전히 형식에 그치고 있다. 실직자 대출이 시작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은행 문턱은 턱없이 높기만 하다. 지난 25일까지 대출신청을 한 사람
은 3만4천여명이고 대출을받은 사람은 절반남짓한 1만8천5백여명. 그
나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기업체나 공무원,
은행 등의 사무직 출신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
자는 "실직자의 생계를 지원한다는 당초의 취지가 바랜 것같다"고 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