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올림픽대로에서 바라본 한강은 눈이 시도록 파란 하
늘 속 하얀 뭉게구름으로 투명 빛깔이었다. 관악산, 북한산 등 서울을
에워싼 산의 초록색도 유난히 선명했다.
27일 서울이 그동안 감춰뒀던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도심 빌딩의
창에는 하늘에 점점이 박힌 구름이 그대로 투영됐고, 시민들의 발걸음
은 경쾌해 보였다.
"평소에는 버스를 타고 오다 전철로 갈아타는데 오늘은 맑은 하늘
과 공기가 좋아 바깥을 구경하며 곧장 버스로 출근했습니다." 서울 중
구 을지로에 직장을 둔 전만성(26·회사원)씨는 "지하로 들어가면 서
울의 아름다움을 놓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도심의 각 공원은 도시락을 들고 찾아온 직장인과 가족나
들이객으로 붐볐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고향 친구들
끼리 몇 년만에 모였다는 김영란(58)씨는 "원래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던 계획을 오늘 아침 서둘러 연락을 취해 변경했다"고 했다.
이날 서울의 시정 최고 거리는 30㎞. 지난해 7월의 평균 시정거리
(낮 12시 기준 8.76㎞)에 비해서 3.5배 정도 맑은 날씨였다. 올 7월의
평균 시정거리(14.39㎞)는 작년 7월(8.7㎞)의 거의 2배에 육박한다.
대기오염 지표인 이산화질소의 오염도도 올 7월 평균치는 작년 같
은 기간평균 농도(34ppb)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6ppb였다.
이렇게 맑은 날씨가 지하도 등에 웅크리고 있던 노숙자들까지 밖으
로 끌어냈다. 이날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종로3가역 등 지하철
역 입구 밖에는 노숙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눅눅해진 몸과 옷을 말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점원 이향숙(21)씨는 "오늘은 거리에 평소
보다 인파가 훨씬 많은 것 같다"고 했고, 친구들과 함께 뚝섬 한강시
민공원을 찾은 조진기(16·자양고1)군은 "이런 날 답답한 교실에서 자
율학습을 하느니 넓은 데서 운동을 하자고 의기투합해 모였다"며 축구
공을 힘차게 차올렸다.
한국 생활 3년째인 영국대사관 상무과 2등서기관 이언 베일리(Ian
Bailey·40)씨는 "3년을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오늘같이 수정빛 맑은
하늘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동해안에 위치한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영향으로 태백산
맥을 넘어온 강한 바람과 간간이 뿌린 비가 서울지역의 대기 중 오염
물질을 씻어냈다"며 "이런 날씨는 한두 차례 소나기를 제외하고는
8월초까지 이어지겠다"고 말했다.
(* 이건호·ghlee@chosun 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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